한국의 '빨리빨리' 문화는 비단 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국인들은 쉴 때에도 효율적으로 쉬려고 한다.
여행을 가도 빠르게 주요 장소들을 섭렵하고 사진도 필수적으로 남겨야 한다.
최근 여행을 다녀오고 주객이 전도된 느낌을 받았다.
분명 쉬러 간 여행이었는데, 가는 곳마다 미친 듯이 사진을 찍어대고 있었다. 지금의 소중한 순간을 느끼는 것보다 예쁜 사진을 남길 수 없다는 조급함이 더 크게 느껴졌다.
나는 사진을 찍으러 온 것인가,
여행을 즐기러 온 것인가.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에는 어떻게 여행을 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같이 간 사람들과 감정을 나누는 것에 집중하고,
그 순간을 오롯이 느꼈겠지.
타성에 젖어서 살다 보면, 그 자체의 순수함을 느끼는 방법을 까맣게 잊어버린다.
순수한 감정을 받아들이는 게 낯설게만 느껴진다.
사진과 영상을 통해 소중한 추억을 기록하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오롯이 그 순간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멋진 풍경, 예쁜 사진에 집착하지 않고 그냥 자연스러운 그 순간을 느끼는 것.
그것만으로도 훨씬 의미 있는 여행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