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입사하면 제일 어려운 것.
바로 '질문하기'다.
사수가 있다면 다행이지만, 전임자가 없을 경우에는 혼자 길을 개척해나가야 한다.
뭣도 모르고 업무를 진행하지만, 책임은 오로지 본인의 몫이다.
업무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끊임없이 질문하면서 오는 자괴감과 불안감.
맘 같아서는 나를 옆에 앉혀놓고 하나부터 열까지 알려줬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마치 유치원생이 된 기분이다.
업무가 비교적 단순하다면 혼자 탐구해도 파악할 수 있겠지만, 업무가 어려질수록 파악하는 것은 힘들어진다.
회사를 다니면서 책임감의 무게에 대해 여실히 느끼게 되었다. 업무에 대한 책임감은 커지면 커질수록 부담감으로 바뀌고, 이 부담감은 심리적 장애까지 일으킨다. 불안장애, 공황장애 등.
다른 사람들은 큰 업무가 주어져도 마땅히 짊어지는 것처럼 보여,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더 자괴감에 빠졌다.
내가 이상한 사람인가 하고.
그런데 이제는 사람의 성향차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똑같은 일이 주어져도 비교적 큰 걱정 없이 하는 사람과 스스로 걱정을 만들어내서 짊어지는 사람이 있다. 똑같은 직장에서 1년이 지나도 두 사람이 업무를 대하는 방식은 변함이 없었다.
이로 인해, 일의 능숙함의 차이가 아니라 그냥 성향의 차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나는 후자에 가까운 사람이기에 우울해졌다.
온갖 데에 에너지가 빨려서, 정작 나 자신에게는 에너지를 쏟지 못하는 것 같은 억울한 기분이 든다.
직장생활에서 완벽을 추구함과 동시에, 높은 불안도를 가진 사람은 자기 자신을 혹사하기 일쑤이다.
자신의 삶보다 일에 포커스를 맞춰 삶을 살아간다.
자신을 버리면서까지 무언가에 매진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회사에서의 부담감은 나의 일상에도 영향을 끼쳤고, 아주 자그마한 부담도 지기 싫어하는 사람이 되었다.
인생을 부담 없이 살고 싶다.
그냥 그저 느끼는 대로 살아가고 싶다.
살아있는 자체로 기특하게.
원초적인 것에 집중하자.
잘 자고, 잘 먹고, 잘 쉬고.
그러다 보면 다시 쓸 에너지가 생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