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앞을 깨끗이 청소하고

by 칠봉

간밤에 눈이 소복히 쌓였다.

전날 일기예보에 오늘 새벽부터 폭설이 내린다는 내용을 듣고 잠을 설치고 새벽에 일어났다.

때마침, 오늘의 일력(고마운 형님이 지난달 나에게 일력을 선물해 주셨다.)에 싯구절은 윤동주 시인의 '눈'이었다.




지난밤에

눈이 소오복이 왔네


지붕이랑

길이랑 밭이랑

추워한다고 덮어주는 이불인가 봐


그러기에

추운 겨울에만 나리지


나도 얼마전까지는 눈하면 왠지 포근해지고 평안해지는 그런 낭만적인 것이었다. 군대때 제설작업은 까맣게 잊어버리곤 거실 너머 눈내리는 모습을 보며 커피나 차를 즐겼었다.

하지만, 지금은 좀 다르다. 눈이 내리면 비상이다. 몇해전 큰 마음을 먹고 생활환경을 바꾸었다. 수십 년 동안 살았던 아파트 삶을 접고,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했다. 아파트에서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하면 많은 것들이 바뀌게 되는데 그 중 큰 한 부분은 눈치우는 일이다.

눈을 치우지 않아도 되기는 하지만, 만에 하나 내가 청소하지 않은 내집앞 눈길에서 누군가가 넘어지면, 이때부터 골치 아픈 송사가 시작된다고 하여, 밤새 내린 눈을 사람들이 움직이지 않을 때 빨리 치우는 것이 나에겐 겨울철 강박증세로 나타났다.

오늘 아침에도 부랴부랴 집앞을 쓸고 마당을 정리하고, 아내는 4층 테라스를 쓸고, 아들은 길가의 눈을 치우고 정신없이 눈을 치웠다. 군대생활때는 눈치우는 것이 지긋지긋했었는데, 이제는 눈치우는 것이 마냥 좋지만은 않지만, 그래도 하나의 즐거움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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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운하게 청소한 내집앞은 언제 보아도 깨운하다.

이 길을 주로 다니시는 분들은 동네 주민이거나, 등산객들이 많다.

다니시는 모든 분들의 건강과 안녕을 빌며 오늘 하루를 시작하려한다.


1층 사무실 창밖으로 바라보는 눈은 왠지 조금 더 정감있는 것 같다. 은은한 커피향이 그 흥취를 더해주는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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