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면도를 권하며

by 칠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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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설 명절을 바삐 보내고 오랜만에 늦잠을 청하려고 했다. 그러나 오랜 벗의 카카오톡에 잠에서 깨어났다. 얼마전 모임에서 내가 최근에 관심을 가지고 즐기고 있는 클래식 면도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또한 내가 쓴 글을 보여주면서 자랑을 했었다.

친구들이 그때는 듣기만 했었는데, 서서히 클래식 면도에 관심을 가지는 것 같다. 오늘 아침의 카카오톡이 바록 그것이었다. Rocwell 6C 모델 중 건매탈색의 화면을 보내면서 이 모델은 어떤지 물어보는 내용이었다.

무엇이든 처음 시작하면 선택과 결정에 애를 먹는다. 게다가 잘못된 결정을 하게 되면 시행착오에 따른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모든 시작은 대부분 그렇게 시행착오를 거쳤던 것 같다.

그리고 클래식 면도를 시작하는 데는 면도기만 구입하면 끝나는 것이 아니다. 클래식 면도의 순서를 보면 다음과 같다.

첫번째, 수염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스팀타올이나 따뜻한 물로 얼굴을 감싼다. 어느정도 수염이 부드러워지면, 두번째, pre-shaving oil 등으로 수염을 면도하기 편하도록 발라준다(나는 이 과정은 생략하고 있다.), 세번째, 면도전용 비누를 면도거품용 솔로 부벼서 거품을 낸다. 이때 솔부분을 knote라고도 하는데 오소리털, 말털, 돼지털, 인조모 등으로 만들어져 있다. 어느정도 비누에 거품을 내고, 네번째, 면도용그릇에 비누가 듬뿍 묻은 면도솔을 부벼서 거품을 낸다. 마치 생크림처럼 부드러운 거품이 풍성하게 일어날 때까지 거품을 낸다. 다섯번째, 오늘 사용할 면도기에 면도날을 장착한다. 나는 아버지의 오래된 면도기로 클래식 면도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오래되서 피부에 자극이 많이 되었다. 그래서 처음 내가 구입한 면도기는 머쿠어 34G라는 면도기다. 독일에서 만들어졌고, 황금도금을 했다고 하여 숫자 뒤에 G라 들어 있는 면도기다. 두개의 부분으로 분리가 되는 데 가운데 면도날을 넣고, 면도기 자루 아랫부분을 돌리면 잠기면서 면도기가 면도기날을 면도하기 좋게 알맞은 각도로 눕혀준다.

여섯번째, 면도거품을 얼굴에 바르고, 정성껏 면도를 시작한다. 이때 면도기에 힘을 주면 안된다. 일반적인 카트리지방식의 면도는 약간 힘을 주어 얼굴에 면도날이 밀착되게 한다. 그러나 클래식 면도기를 이렇게 사용하면 그 댓가를 치룬다. 면도는 구렛나룻 부위부터 시작해서 턱으로 살살 쓸어가면서 면도를 한다. '사각사각' 면도기에 수염깎이는 소리가 매우 경쾌하게 들린다. 코밑, 입술밑 등을 골고루 면도기가 지나가면 이것을 1 Pass라고 한다. 다시 거품을 곱게 펴 바른다. 나는 수염이 많은 편이 아니라서 바로 역방향으로 면도를 한다. 정방향은 위에서 아래로 내리면서 면도를 하는 것이고, 역방향은 아래에서 위로 쓸어올리듯 면도하는 것이다. 이때 피부에 많은 자극이 된다. 그래서 더욱이 면도기에 힘을 주어서는 안된다. 이렇게 2 Pass로 면도를 마친다.

피부의 자극에 따라 'mild', 'agressive' 등으로 표현한다. 'mild' 한 면도기는 피부에 자극은 적으나 수염을 깎기 위해서는 여러번 반복을 해야 하고 이런 동작을 우리는 '대패질'이라고 한다. 'agressive'한 면도기는 처음부터 사용하기에는 부담이 된다. 자칫 방심하면 방심의 댓가를 치른다. 하지만 면도 후 깔끔한 느낌은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느끼지 못할 상쾌함이 있다.

일곱번째, 차가운 물에 'Alum'을 적셔서 면도부위를 문지른다 일반적으로 알럼블럭이라고 부르는 명반석으로 면도부위를 문지르면, 피부가 조여지고, 실수로 피나 맺힌 곳도 지혈을 해주고, 혹시나 힘을 주어 상한 피부를 소독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오늘의 면도가 좋았는지 나빴는지 평가하는 첫번째 시험대가 된다. 이때 느껴지는 반응을 알럼반응이라고 하는데 이 알럼반응이 없는 것이 좋은 면도를 한 것이다.

여덟번째, 예리한 면도날에 고생한 나의 피부를 다독거려 주는 순서이다. 나는 대부분의 경우 애프터쉐이브스킨 과 로션으로 마무리를 한다. 이때 면도를 잘 못했다면 댓가를 치루게 된다. 마치 나홀로 집에의 맥컬리 컬킨 처럼.

위와 같은 클래식 면도에 없어서는 안될 도구가 면도기와 면도날이다. 거품은 기존에 가지고 있는 일회용 캔에 들어있는 거품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지만 면도기와 면도날은 필수다.

면도기는 초보자이면 Rockwell 6C를 권하고 싶다. 그것도 셋트용품을 권하고 싶다. 면도기, 면도날, 비누, 쉐이빙솔이 모두 포함되어 있어 물건을 받아서 바로 사용해볼 수 있다. 그리고 6C는 플레이트를 #1~ #6까지 바꿀 수 있다. #1이 가장 마일드하고 #6이 가장 어그레시브 한데 나는 피부 컨디션에 따라 2~4번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5, #6은 매일 아침 면도를 하는 나에겐 너무 부담스럽다.

나는 참고로 Rocwell 6S를 사용하고 있다. 스테인레스로 만들어진 제품으로 계속 사용할 것 같아서 이 제품으로 골랐었다. 초보자분들도 처음부터 아예 6S부터 시작하는 것이 중복투자를 하지 않는 방법일 수 있다.

다음으로는 면도날인데, 내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면도날은, 머쿠어, 페더, 질레트 7시, RK, Rockwell, 보스호드 등이다. 날 한개의 가격은 대략 100원 ~ 200원 정도이다. 그리고 한번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고, 한개의 날을 나의 경우는 4~5일 정도 사용하는 것 같다. 나의 수염은 아직까지 억세지 않아서인지 그정도 사용해도 무난하게 면도를 즐길 수 있다. 그리고 면도날 마다 특징들이 있긴 한데 이것을 수치화하여 정리한 분들도 있지만, 나는 그냥 예리함의 정도로 나누어서 사용중인데 페더날이 제일 날카로운 것 처럼 느껴진다.

면도와 부가적으로 일명 덕질이라고 표현하는 비누와 에프트쉐이브스킨로션을 세트로 모으는 분들이 꽤 있는 것 같다. 이부분은 나의 아내가 도끼눈을 뜨고 한가지 다 사용하면 다음 것을 사용해야 한다는 주의라서 이쪽으로 관심을 가지긴 쉽지 않다.

위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바쁜 일상에 시간을 두고 면도를 즐기는 것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내가 나에게 주는 여유이고, 매일 할 수 밖에 없는 행위에서 즐거움을 찾는 것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가장 단순한 명제를 매일 매일 할 수밖에 없는 생활루틴에 조그만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좋은 취미라고 생각한다.

매일 매일 수고 하고 있는 나를 위해 나에게 주는 나만의 선물, 즐거움이 클래식 면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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