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음식

by 칠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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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은 종갓집이다. 지금시대에 무슨 종갓집이냐고 할터지만, 그래도 우리집은 종갓집이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손님들이 많이 찾아왔었고, 특히나 명절날에는 많은 손님들이 방문을 했다. 그러다 보니 명절때면 온갖 음식을 장만하느라 어머니는 몸살이 날 지경이었다. 그러다 보니 어렸을 때 부터 우리 형제는 어머니의 음식장만을 돕기 시작했고, 그 습관이 몸에 베여서 지금까지 우리집에서는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명절 음식 장만을 한다.

음식 준비의 처음은 장보기였다. 어렸을 때 어머닌는 한손에는 나의 손을 잡고, 한손에는 장바구니, 그리고 등에는 동생을 포대기로 업고선 장을 보셨다.

"이거 얼마에요? 에이 어제까지 이 값이 아니었는데."

"아이고 아줌마, 명절 밑인데 이 가격이면 싼거지!"

명절 밑 시장 가격은 평소에 비해 2배정도 높았다. 뭐 그 사람들도 명절대목을 누려야지 하고 생각하게 된것은 불과 얼마전 부터였다.

아버지의 명절 준비는 집안 청소부터 시작이었다. 묵은 먼지를 털어내고 구석구석 청소를 하셨다. 그리고는 예리하게 손질한 주머니칼과 밤 한되를 가지고 오셔서 밤을 손질하셨다. 그다음에는 도라지, 각종 나물들을 손질하셨다.

나와 내 동생은 아버지를 도와 손질을 하다가 어머니가 "여기와서 간 좀 봐라." 하시면 조로록 달려가서 음식의 간을 보았다. 또한 손질해놓은 재료들을 버무릴때도 있었다.

특히 설날의 하일라이트는 밀가루 반죽을 해서 만두를 빚는 것이었다.

햐안 밀가루 한봉지를 커다란 스테인레스대야에 쏟아붇고 계란을 한 두개 깨어 넣고, 소금 약간과 참기름을 넣고 온힘을 다해 반죽을 한다. 이 반죽은 주로 내가 담당을 했다. 한동안 반죽을 하고 곱게 비닐에 싸서 냉장고에 넣어 숙성을 시킨다. 이 과정에서 반죽은 더 찰지고 맛있어 진다.

반죽을 냉침하는 사이, 만두소를 만든다. 짠두부 2덩어리, 갈은고기 3근, 양파, 파, 숙주나물, 당면, 마늘, 후추, 소금, 물에 씻은 김치 한포기를 썰어서 한데 놓고 반죽하듯이 골고루 힘을 넣어 섞는다.

이 과정을 마치면 얼추 반죽이 맛있게 냉침된다.

반죽을 꺼내 밀대로 밀고, 적당히 둥근 모양으로 만두피를 빚고, 만두소를 넣어 만두를 빚는다. 내가 만든 만두는 개성식 만두다. 어렸을 적 개성고모님께서 알려주신 방법이었다. 그분은 궁궐에서 침모일 보셨었다고 하신 손맛이 뛰어난 할머니셨다.

그 만두를 나는 지금도 빚고 있다. 한참뒤 아내가 우리집 만두 빚는데 역할을 하기 시작했는데, 모양이 이쁜 반달 모양으로 제법 맛있어보이게 빚었다.

우리 부부는 주로 설날에는 만두를 담당했다.

동생 부부는 부침을 담당했다. 우리집은 어려서 부터 녹두빈대떡을 좋아했다. 특히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녹두빈대떡을 유독 좋아하셨다. 물에 불린 녹두를 곱게 갈아서 여러가지 야채와 고기를 넣고 녹두빈대떡을 부치는 것부터 우리의 명절음식 만들기는 본격화된다. 가족이 먼저 맛있게 부친 녹두빈대떡을 먹고 나서 손님들을 위한 빈대떡을 만든다. 어전, 깻잎전, 버섯전, 호박전, 두부전 등 각종전을 부친다. 전부칠때는 주로 동생이 어머니를 도왔다. 나는 한켠에서 만두를 빚거나 송편을 빚었다.

어찌보며 어려서부터 동생과 나는 분업화되어 명절음식을 만들었던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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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명절에도 우리집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언제부터인가 나의 아들과 조카가 음식만들기에 동참을 했고, 다만 다르다면 음식만들고있는 우리들을 보면서 흐믓한 미소를 지으시던 아버님이 안계실 뿐이다.

그 빈자리가 많이 아쉽고 그립다. 음식을 만들면서도 우리는 아버지가 이거 많이 좋아하셨는데, 이거 이렇게 만들면 아버지가 이런 말씀하셨는데 하면서 가족끼리 아버지의 빈자리를 아쉬워하며 나름의 아버지를 기억하고 있었다.

아버지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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