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목소리

아들 바보 아빠가

by 칠봉

어제는 뜻밖에 훈련소에 입소한 아들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당초 다음주 화요일 정도는 지나야 아들이 전화를 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으나, 나의 핸드폰에 문자메시지로 뜨는 '공중전화'에서 뭔가 직감했다. '이것은 아들의 전화다!'

"여보세요. 누구신가요?"

"아빠! 저에요. 아들!"

"아이고 아들! 목소리가 왜 그래?" 목소리가 많이 쉬어 있어 처음에는 누군가 싶었다.

"훈련소에서 고함을 많이 질러서 목이 쉬었어요. 하지만 전 괜찮아요."

"훈련은 힘들지 않고? 밥은 먹을만 하고? 잠을 잘 자고?"

"네 훈련은 힘들지 않아요. 그리고 밥도 잘 나와요. 맛있어요. 잠도 잘 자고 있어요."

아내가 옆에서 끼어든다.

"아들 어디 다친데 없고? 불편한데는 없고? 엄마가 퇴소식때 뭐 가지고 갈까? 먹고 싶은거 없어?"

"엄마, 아니예요. 아직 먹고 싶은 거 생각 안 나요."

"잘 생각해 두었다가, 퇴소식전 전화할 때 알려줘."

"네, 알았어요. 흑흑"

"아들아 왜 그래? 울어?" 우리 부부도 눈물이 글썽이며 목이 매이기 시작했다.

"내 저 울어요. 그냥 눈물이 흘러요."

"아들아. 미안하다. 그저 참고 견뎌야 한다는 말 밖에 할 수 없는 아빠가 미안하다. 아빠가 힘이 없어서 우리 아들 이렇게 힘든데 도와줄 수가 없네. 미안하다. 미안해."

"네, 아니예요. 할 수 있어요. 잘 할 수 있어요."

"동기들이랑 잘 지내고?" (우리 부부는 아들이 무척 내성적이라 동기들과 사귀는 것에 대한 걱정이 많았었다)

"네, 동기분들이 너무 잘해주고 재미있게 잘 지내고 있어요."

"그래 다행이다. 아들 엄마 아빠가 많이 사랑한다. 그리고 많이 보고 싶어."

"저도요 많이 보고 싶어요. 그리고 외국 여행 잘 다녀오세요."

"아들! 그 외국여행 취소했어. 아들이 고생하는데 미안해서 갈 수 없었어. 집에 있을 거니깐, 무슨일 있으면 바로 연락해."

"네, 알았어요. 이제 전화 끊어야 해요."

"아들! 사랑한다. 너무 보고 싶어, 그리고 우리는 아들을 믿어 좀 더 힘내고 다치지 말고 씩씩하게 다시 보자! 사랑해 아들, 엄마 아빠가 항상 사랑한다는 것을 잊지마렴."

"네 저도 사랑해요. 다음에 또 연락할께요."

"사랑해 아들~~~!"

이렇게 전화가 마무리 되었다. 한동안 우리 부부는 서로의 공간에서 훌쩍이며 눈물을 훔쳤다. 그러더니 아내가 이렇게 말했다.

"옆에 누가 코치한거 아니야. 맛있다고 하라고, 잘 지낸다고 하라고, 동기들이 잘해 준다고 하라고."

"35년전 내가 군대생활할 때도 집에 전화할때 뭐라 뭐라한 경우는 없었어.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그런 말도 안되는 일을 하겠어. 다만 갑작스러운 전화 통화와 복받치는 감정 때문에 평소와는 다르게 약간 흥분한 상태에서 전화해서 그런거겠지."

"씩씩 우리 아들 불쌍해. 흑흑흑"

"아빠가 되서 힘이 없어서 미안하네..."

아들의 전화는 순간 우리집 전체를 침울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갑자기 정치, 경제, 사회적 강자의 자녀들의 병역비리에 대해 성토하기 시작했고, 애써 우리는 힘이 없어서가 아니고 대한민국 국민으로 아들의 병역의 의무를 당당하게 수행하는 것에 대한 합리화를 시작했다.

"우리는 힘이 없어서 안쓰는 게 아니고, 그것이 부조리니까. 불합리적이니까 안 쓴거야. 연예인 가수 "00" 봐봐. 나중에 다시 ..."

"맞아, 맞아, 부모가 되어서 아들에게 부정을 저지르는 것을 보여줄 수 없지. 근데 우리 아들 잘 견디고 있는거 맞아?"

"우리 아들은 잘 견딜꺼야. 그리고 아직 사제 물이 덜 빠져서 조금 더 힘들꺼야.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시기가 되면, 그리고 집과 연락을 자주할 수 있게 되면 좀 나아질꺼야. 그런데 이제 다음주 부터는 본격적이 훈련이 시작될 텐데, 많이 힘들어 지겠네 우리 아들..."

"그러게요. 다치지만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래도 동기들이랑 같이 훈련 받는 것이 군 생활 중에서 제일 쉬운거야. 난 훈련 받는게 좋았어, 자대 생활하는 것 보다 훨씬 더..."

"우와앙~~. 아들 보고 싶어요. 우리 아들 보고 싶다~~~."

"참내..."

우리 부부의 주말 밤은 이렇게 깊어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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