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아들과 사우나

휴가 중인 아들과 오랜만의 사우나로 힐링했어요.

by 칠봉

우리 가족에게 공중목욕탕 또는 사우나는 무척 각별하게 느껴집니다.

제가 어렸을 때도 아버님을 따라 공중목욕탕을 자주 다녔습니다. 그 습관이 몸에 배어서인지 아들이 아기였을 때부터 자주 공중목욕탕 또는 사우나를 다녔습니다. 언제나 아들은 아빠와의 목욕을 출발하기 전까지는 싫어했지만, 목욕을 마치고 귀가할 때면 "아 개운하고 상쾌해요."라곤 했습니다.


오늘은 휴가 중인 아들과 오랜만에 동네 목욕탕에서 목욕을 즐겼습니다. 역시 출발하기 전까지는 이 핑계 저 핑계를 들며 목욕 가기를 싫어했습니다만, 집요하게 설득하여 목욕 가방을 들고 집을 나섰습니다.


아들과의 가장 많은 추억이 있던 목욕탕을 차를 몰고 찾아갔지만, 아뿔싸 오늘이 정규휴일이었습니다. 다시 차를 돌려 두 번째로 많은 추억이 서려 있는 목욕탕으로 이동하였습니다. 이동 전 핸드폰으로 검색하여 운영 중 인 것을 확인한 것은 기본이고요.


"남자 둘, 얼마죠?"라고 물어보며 만원 짜리 두장을 접수원에게 내밉니다.

"여기 입장권입니다. 가지고 들어가시면 됩니다." 접수원이 내민 입장권에 일만 원이라고 적혀 있네요...

물가가 비싸지긴 한 가봅니다. 얼마 전 9천 원으로 인상되었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벌써 만원이라니... 모든 물가가 다 오르는 데 제 월급만 그대로입니다.


아들과 각각의 사물함에 옷을 벗고, 목욕가방을 들고 탕으로 들어갑니다. 아들의 몸이 예전보다 다부지고 탄탄해졌습니다. 어깨도 넓어지고, 팔뚝도 굵어지고, 허벅지는 제 허리 만합니다. 군대에서 힘든 일을 많이 해서 온몸에 근육이 탄탄하게 붙었습니다. 한편으로는 듬직하고, 또 한편으로는 얼마나 많은 고생을 해서 저렇게까지 된 걸까 하는 마음에 살짝 코끝이 찡해집니다.


아들과 함께 목욕하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아들과 깊은 대화를 오랫동안 나눌 수 있는 곳이 목욕탕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습식 사우나나 건식 사우나에 들어가서 모래시계를 정렬하곤 우리 부자는 두런두런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힘들었던 이야기, 황당했던 이야기 등등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합니다. 물론 저는 주로 듣는 입장이고, 아들의 이야기에 추임새를 놓곤 합니다. "아~~~ 그랬구나 힘들었겠구나, 맘 상했겠구나. 등등" 이렇게 이야길 하다 보면 애석하게도 모래시계는 텅 비어 있고, 아들이 좋아하는 냉탕으로 이동합니다. 이렇게 사우나, 냉수샤워, 냉탕을 오가며 흠뻑 땀을 빼는 것의 저희 부자의 목욕탕 루틴입니다.


그런데 아들이 오늘은 이런 이야기를 하더군요. "아빠, 전 부대에서 조리할 때 사우나를 방불케 해서 땀을 엄청 흘리거든요. 그런데 휴가 나와서 이렇게 땀을 흘리는 것이 왜 이런 걸 하고 있나 싶기도 합니다."

"아들 미안해. 아빠 욕심이 컸나 보다."

"아니에요. 기왕 왔으니 목욕하고 가요."

"그래, 고맙다."

몇 번의 사우나, 냉수샤워, 냉탕을 반복하곤 버블 마사지가 있는 온탕으로 이동합니다. 거기서도 나머지 이야기를 하다가 드디어 때를 미는 장소로 이동합니다.


제가 아버지에게 목욕을 하면서 배운 때 미는 방법은 다른 사람들과는 다소 다릅니다. 목욕타월을 꽉 짜고 그 안에 타월을 곱게 접어 단단하게 밀어 넣곤 단단하게 만들어 움켜잡고 사우나와 온탕으로 인해 불은 각질들을 시원하게 밀어냅니다.

온몸의 이곳저곳에 꼭꼭 숨어있던 각질들을 꼼꼼하게 찾아내 시원하게 밀어냅니다. 그러나 손이 안 닿는 곳이 있죠. 그건 아들과 제가 서로 밀어줍니다. 이 또한 아들과의 목욕을 기대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오늘따라 아들의 등짝이 넓은 게 보면 볼수록 듬직합니다 그리고 아들이 제 등을 밀어주는 손길이 얼마나 다정하고 따뜻한지 모릅니다. 이 순간이 계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또 다른 저희 부자만이 목욕 루틴이 하나 더 있습니다. 그것은 목욕을 마친 자리를 청소하는 것입니다. 비누칠한 타올로 몸을 먼저 닦은 다음에 남은 타올로 제 자리의 모든 곳을 청소합니다. 제가 앉았던 자리도 닦고 제가 사용한 수도꼭지도 닦고, 샤워기도 닦고, 앞의 뿌연 거울도 닦고 우리 다음에 이곳에 앉는 분들이 조금이나마 기분 상하지 않고 개운하게 사용하시라는 마음으로 주변청소를 마고 목욕을 마칩니다.


목욕을 마친 이후 아들이 오늘도 이런 말을 합니다. "역시 목욕은 가기는 싫은데, 하고 나면 개운해요. 오늘도 정말 개운하고 상쾌했어요."

"아들 아빠도 오늘 아들하고 목욕해서 좋았어."


아들과의 목욕이 무척 즐거웠습니다. 아마도 다음 아들과의 목욕은 두 계절이 지나야 가능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오랜만에 아들과의 목욕으로 정말 힐링되는 하루였습니다. 대한민국 광복절을 맞아 아들과의 목욕은 제 몸과 마음의 불편함으로부터의 해방을 가져다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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