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허전한 명절과 연휴를 보내고

오늘도 아들이 무척 보고 싶네요.

by 칠봉

아들이 군대에 가고 나서 첫 명절을 보냈습니다. 여타의 휴일과는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온 가족들이 함께 모여 떠들썩하게 음식을 만들고 만든 음식들을 나누는 명절에 왠지 구멍이 뚫린 듯 한 기분이었습니다. 게다가 아들은 연휴를 앞두고 코로나에 걸려 격리되었다는 소식을 접해서 그런지 더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저희 집안의 명절은 온 가족구성원 모두 각자 명절음식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본가에 모두 모여 각자의 역할에 구성원 모두 참여합니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두 함께 명절 준비를 합니다. 그런데 올해는 아들이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건강한 대한민국 청년이라면 피하지 못할 병역의 의무로 인해 먼 타향에서 군대생활을 하고 있는 아들은 명절이라고 해도 쉬지 못하고 본인이 해야 할 일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거기에 더해서 코로나로 인해 격리되었으니...

그런데, 그 코로나로 인해 격리되어 다만 며칠이라도 쉴 수 있는 것을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들도 특별히 아픈 데는 없다고 하고, 이 격리기간을 휴식할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한다고 하더군요. 한편으로는 아픈 데는 없다길래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부모 마음이 아픈 아들한테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궁색했습니다. 더군다나 아들은 아프지는 않은데 코로나 증상 때문인지 미각이 이상하다는 소식을 듣고는 아들과 아내에게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속으로 크게 상심했었고요.


명절음식을 만드는 내내, 아들을 생각했었습니다. '아들이 이 음식 참 좋아했는데...' '아들이 있었으면 계속 이것 만들면서 입에 연신 음식을 집어넣었을 텐데.'

그리고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했습니다. '아버지도 이 음식을 참 좋아하셨는데, 음식 만드는 가족들을 보시면서 흐뭇해하셨을 텐데...' '오늘 내려온 커피도 맛있게 내려졌는데.... 아버지도 참 좋아하셨을 텐데...' 이런저런 생각들을 말입니다.


올해의 명절음식은 평소보다 적은 양으로 준비했습니다. 아들도 없고, 아버지도 안 계시고... 그러다 보니 일찍 명절음식 만드는 일이 끝났습니다. 일을 마치고 모인 온 가족이 아버지를 모신 경모공원으로 이동을 했습니다.

경모공원에는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계십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께 인사드리는 데, 역시나 텅 빈 제 아들의 자리가 크게 느껴졌습니다. 언제나 과묵하고 진중한 편인 아들이지만, 그래도 그 큰 빈자리가 아련했습니다.


명절 당일 아침에 온 가족이 명절음식을 차려놓고 아침식사를 하는 자리도 예전 같지 않았습니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후 제 차지가 된 자리에서 기도를 하는 것도 편하지는 않았지만, 아들이 있어야 할 자리에 아내가 앉아 있는 것도 아들의 빈자리가 느껴져서 영 편하지는 않았습니다. 아마 제 아버지도 제가 군대에 있었을 때 이런 심정이셨을 거라고 추측해 보았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두 남자가 없는 명절이 무척 허전했습니다. 그리고 많이 그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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