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많이 컸네요. ^^
가정을 꾸리고 살아오면서 아들에게는 그저 내리사랑이라고만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아들이 제게 보이는 사랑은 평안함에 대한 감사, 화목한 가정에 대한 감사, 아들 딴에 풍족함에 대한 감사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아들이 군대에 간 후, 조금씩 변화하는 아들의 모습을 보곤 괜스레 입가에 미소가 띄어지는 것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그리고 남이 들으면 별거 아닌 것 같은 말들이 우리 부부에게는 큰 감동으로 느껴졌었습니다.
그런 아들의 성장에 감사하며, "역시 남자는 군대에 가야 해 그래야 정신 차리고, 성숙해져!" 같은 일반화된 말들에 섬세한 아들의 변화에 대해 그러려니 하고 한편으로는 대견해하며 지냈습니다.
그러던 중, 어떤 일을 계기로 아들에게서 이런 카톡을 받았습니다. "아니 아빠 없으면 나 으찌 살지?" "아빠가 다 해주는 것도 문제인데..." 순간 숨이 멎는 것 같았습니다. 크게 뜨여진 두 눈이 빨갛게 충혈되더니 어느새 눈물이 눈 고리를 따라 하염없이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언제나처럼 아빠로서 아들이 불편하다는 것을 해결해 주고 있었는데, 이런 엄청난 글을 날려주다니... 심장은 쿵쾅대고 두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제가 아들에게 서 들은 최고의 찬사였습니다. "아니 아빠 없으면 나 으찌 살지?" "아빠가 다 해주는 것도 문제인데..."
이 글과 이 기분을 요즘 표현으로 '박제한다'는 느낌으로 글을 남기고 있습니다.
"아니 아빠 없으면 나 으찌 살지?" "아빠가 다 해주는 것도 문제인데..."가 감동 1탄이었다면, 며칠 뒤 아들에게서 감동 2탄이라고 할 수 있는 문자를 받았습니다. 질풍노도 기를 겪고 있는 초등학생의 고민 상담과 어떻게 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냐고 질문하는 아들에게 우리 부부는 나름의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그때 아들이 던진 말입니다. "와 엄마 아빠 나 어떻게 키움?" 이 말은 기어이 아내의 눈물샘까지도 터트렸습니다. "엉엉, 울 새끼가 커서 이런 말을 다하다니... 엉엉." 급기야 아내는 소리까지 내며 울더군요.
그 후로 한동안 아들과의 카톡 대화는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군대 생활을 하다 보니 바쁘고 정신없겠죠.
예기치 않은 시간에 다시 아들이 카톡의 보냈습니다. "날씨가 많이 추워졌다. 거긴 괜찮냐?" "감기 걸리지는 않았냐?" "일은 고되지 않냐?" 등등의 부모의 잔소리 톡이 여러 차례 오간 후 아들에게 물었습니다.
"고참이 일 안 하고 농땡이 부리지는 않니?"라고 제가 물어보았습니다.
"네, 고참이 바쁜데 일 안 하고 농땡이 피려고 하면 '다들 바쁜데 놀지 말고 좀 도와주시지 말입니다!'라고 고참한테 이야기해요." "그럼 고참이 화를 내거나 듣는 척도 안 하는 것 아냐?" "아니에요, 마지못한 표정은 짓긴 하지만 그래도 도와줘요."라고 아들이 답을 달았던 것입니다.
이 또한 큰 충격이었습니다. 아들은 극단적인 내성적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아쉬운 소리 한마디 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이 놀거나 농땡이를 피면, 아들은 아무 말 못 하고 그냥 묵묵히 다른 사람의 일도 해버리는 성격입니다. 그런 성격 때문에 아들의 학교 생활에 많이 화도 났지만, 내색하지 못하고 지내왔었습니다.
그런데, 상복하복이 기본인 군대에서 자기들은 일하고 있는데 고참이 쉰다고 해서 '다들 바쁜데 놀지 말고 좀 도와주시지 말입니다!'라고 아들이 직설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세상에 우리 아들이? 저런 말을? 세상에나!'라고 여러 번 되뇌었습니다.
아들의 입대 전 저는 군대에서 조금이라도 아들이 자기의 의견을 밖으로 표현하는 것이 많아지기를 바랐습니다. 자기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는 않더라도 설득하려 노력하고 자기의 주장이 관철되도록 노력하기를 바랐습니다. 그리고 아들의 그런 성격과 주장을 옳다 틀리다가 아니라 다르다는 것을 다른 이에게 설명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그리고 이 바람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들은 이 아비의 바람대로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정말 멋진 대한민국의 청년으로 무럭무럭 커가고 있었습니다. 아들에게 기대하는 것이 부담이 될 것 같아, 아무 소리하지 않고 있었는데... 그것이 오히려 아들의 내공이 커지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아들의 내공이 커져가는 것이 눈에 그려집니다. 그리고 커져만 가는 아들의 생각과 마음에 가슴 뿌듯함을 느낍니다. 아비로서 아들에게 "아니 아빠 없으면 나 으찌 살지?" "아빠가 다 해주는 것도 문제인데..."라는 말까지 들었는데 다음번에는 어떤 말로 제가 감동을 받게 될까요.
이러니 제가 아들바보를 포기하지 못하는 겁니다. 다음의 아들의 말과 문장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