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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일라 Nov 10. 2023

나홀로 호주 멜버른에서 브리즈번으로

친구따라 오세아니아 속으로-5

멜버른 여행을 마치고 나는 아침 비행기로 브리즈번으로 넘어가야 했다. 브리즈번은 멜버른에서 비행기로 2시간이 걸린다.  친구는 전 날 밤 비행기로 먼저 브리즈번으로 갔다. 나는 아침 9시 비행기였다. 늦어도 아침 7시까지는 공항에 도착해야 했다. 처음 공항에서 멜버른 시내로 올 때와는 다르게 이번에는 멜버른 센트럴역(Melbourne Central)에서 전철을 타고 서던크로스역(Southern Cross)을 가려고 했다.


전 날, 퍼핑빌리에서 멜버른 시내로 돌아올 때 구글 맵에서 안내하는 내용과 전철 플랫폼에 적힌 노선이 달라 길을 헤맸었다. 어제의 경험을 바탕으로 오늘은 좀 더 꼼꼼하게 확인하려고 했다. 안 그러면 비행기 놓친다. 정신 차리자!


구글 맵을 보니 멜버른 센트럴역에서 서던크로스역으로 가려면  Pakenham행 열차를 타야 했다. Pakenham행 열차 플랫폼 2번으로 가야 했다. 플랫폼 2번 전광판에 노선 이름들이 적혀있었고, 서던크로스(Southern Cross) 글자도 적혀있었다. 이번엔 구글 맵에서 알려주는 노선과 같았다. 휴, 오늘은 순탄하게 갈 수 있겠구만. 플랫폼으로 들어오는 열차를 타고 서던크로스역에서 내렸다.


이제 역 안에서 공항버스 타는 곳을 찾아보았다. 내 눈이 이상한 건가. 버스 승차장이 보이지 않았다. 설마? 아! 공항버스 승•하차장이 다른가 보다. 첫 날 공항버스에서 내렸을 때 바로 서던크로스역으로 연결되었어서 이 주변에 분명 승차장이 있어야 하는데 없다는 건 승•하차장이 다른 거다.


깨달았다면 달려야 한다. 역을 가로질러 뛰어가며 주변을 살폈다. 어! 공항버스 글자를 발견했다. 버스에서 내렸던 곳과 반대편 방향으로 가야 했다. 마음이 급하다. 헉헉. 캐리어를 끌고 분주한 마음으로 뛰는 건 언제나 무겁다. 다행히 공항버스를 놓치지 않고 탈 수 있었다. 버스를 타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새벽에 멜버른 공항으로 가는 길. 마지막도 아름답다.


버스가 공항에 다다랐을 때, 나는 국내선은 어떤 터미널에서 내려야 하는지 모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오마이갓! 이미 방송으로 항공사 이름 몇 개가 나오고 이번 터미널에서 내리라고 했는데, 이어폰 끼고 음악 들으며 흥 타다가 제대로 못 들었다. 게다가 2층 버스 좌석에 앉아서 여유를 부렸던 거라 내릴려면 동선도 길었다. 이미 버스는 첫 번째 터미널에 도착해 멈춰있었다. 부랴부랴 1층으로 가서 내리고 있는 승객에게 물어봤다.





“버진 아일랜드?”

“yes”


오! 땡큐. 덕분에 바로 내릴 수 있었습니다. 영어가 안 돼도 여행을 다닐 수 있는 건 눈치와 약간의 용기 덕분이다.

아이고 나 녀석아, 정신 좀 차리고 있자.


공항으로 들어가서 버진 아일랜드 항공사 수속 카운터로 가니 줄이 매우 길었다. 15분 정도 기다렸는데도 줄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이건 가망이 없다. 이 줄 기다렸다가는 비행기 놓치겠다. 호주, 정말 느긋하게 하는구나?


나는 과감하게 카운터 줄을 포기하였다. 캐리어를 끌고 셀프 수화물 기계 쪽으로 뛰어갔다. 아까 카운터에 줄 서려고 뛰어가면서 저 멀리 셀프 수화물 기계가 있는 걸 봤었다. 그간 집에서 학교에서 사회에서 다져진 눈치와 동체시력을 이럴 때 쓴다. 왜 흐뭇하면서 눈가가 촉촉해지나.


좋아. 셀프 수화물을 부쳐보자! 셀프 수화물은 해본 적이 없어 망설였지만 지금은 셀프로 하는 게 비행기를 놓치지 않을 방법인 것 같았다. 다행히 블로그를 찾아보니 셀프 수화물을 붙이는 방법이 나와있어 무사히 수화물을 보낼 수 있었다. 정말 블로거들 덕분에 여행이 한결 수월하고 순탄할 때가 많다. 감사한 세상이다.


이렇게 시간 계산 해가면서 셀프 수화물을 붙이고 시간 맞춰 탑승구로 갔더니 하하. 30분 지연이 되었다. 호주가 국내선은 지연이 더 많다더니 그렇구나. 그래도 30분만 지연되었으니 다행 아닌가 싶다.


시간이 지나 드디어 비행기를 타려고 줄을 섰다. 비행기 사진을 찍으며 내 앞에 있는 분을 따라 쭉 걸어갔는데 어라? 비행기 뒤쪽에 문이 열려있고 뒤쪽으로 타네? 이게 무슨? 뒷 문이 열리는 비행기도 있어?


하필 내 자리는 비행기 앞 쪽이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비행기 앞 문으로 탑승하여 걸어오고 있었다. 내가 비행기 사진을 찍으며 가다가 비행기 앞 문으로 가는 길을 놓쳤었나 보다. 비행기 통로는 한 사람 밖에 지날 수 없었기에 앞에서부터 오는 승객들이 자리에 먼저 앉는 걸 기다리며 앞 쪽으로 한 칸씩 움직였다. 앞에서 계속 우르르 오고 있어서 앞 쪽으로 움직일 기회가 거의 없었다. 분명 비행기를 앞 순서로 탔는데 모든 승객들이 다 자리에 앉고 나서야 내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참 땀나는 하루구먼. 혼자 그래도 해냈다. 잘했다 나 녀석! 드디어 간다 브리즈번!


하늘과 비행기 사진 찍다가 비행기 뒷 문으로 타게 되었다.


check!

☞ 호주 국내선 비행기 중에는 뒷 문으로 탈 수 있는 비행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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