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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일라 Mar 29. 2024

트와일라잇 덕후, 올림픽 국립공원을 가다

지난 미국 여행을 추억하며-6

영화 <트와일라잇>은 인간 소녀 벨라와 뱀파이어 에드워드의 사랑 이야기이다. 소설이 원작이지만 나는 고등학교 때 영화로 처음 이 작품을 알게 되었다. 내용은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이라는 판타지 소재를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다. 영화 속 배우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미모와 영상 자체에서 풍겨져 흐르는 뱀파이어가 튀어나올 거 같은 분위기에 반했었고, 눈이 즐거워서 열심히 봤었다. 다음 트와일라잇 시리즈 영화가 새로 개봉되면 반에서 아이들과 함께 봤던 기억이 난다. 늑대인간 제이콥이 옷을 벗을 때마다 들리던 여고생들의 함성과 열기는 잊을 수가 없다.   


미국 서부 여행의 마지막 도시는 시애틀이었다. 시애틀에서 가볼 만한 곳을 찾다가 <트와일라잇>이 올림픽 국립공원에 있는 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실제로 여기서 영화를 촬영하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안 가 볼 수가 없었다. 한 때 나를 설레게 했던 그 영화 속 모습을 볼 수 있다니!



올림픽 국립공원(Olympic National Park)

올림픽 국립공원(Olympic National Park)은 유네스코 세계 자연 유산에 등재되어 있고,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국립공원이다. 시애틀 시내에서부터 차를 타고 3~4시간을 가야 한다.


올림픽 국립공원은 크게 3개의 기후와 지형을 가지고 있다. 올림퍼스 산(Mount Olympus)이 있는 산악 지역과 호 레인 포레스트(Hoh Rainforest)가 있는 우림 지역, 그리고 해안 지역이다. 올림픽 국립공원만 다 돌아봐도 산, 숲, 바다를 모두 감상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올림픽 국립공원 투어를 통해 여행했었다. 투어를 통해 갔었던 장소들을 떠올려본다.

 


루비 해변(Ruby Beach)

원래 일정에는 허리케인 릿지(Hurricane Ridge) 라는 올림픽 국립공원의 산악 지역을 가려고 했었다. 그러나 내가 투어를 한 날에는 전날 눈이 왔어서 입장할 수 없었다. 그래서 허리케인 릿지 대신 다른 올림픽 국립공원의 명소를 갔었다.


루비 해변(Ruby Beach) 은 올림픽 국립공원 해안 지역에 있는 해변 중 하나이다. 올림픽 국립공원의 해안에서는 떠밀려온 유목(driftwood) 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루비 해안에서 가장 놀랐던 건 수많은 유목들이었다. 많기도 하지만 유목의 크기가 많이 크다. 이렇게 큰 나무들이 떠밀려온 다는 것은 바다의 힘이 얼마나 센 걸까? 자연의 힘을 새삼스레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멀리서 본 루비 해변(Ruby Beach).
좌) 떠밀려온 유목들. 역광의 나무들의 모습이 운치 있다.  우) 돌이 판판해서 돌탑 쌓기 좋다.


호 레인 포레스트(Hoh Rainforest) 입구. 루비 해변에서 나와 차를 타고 호 레인 포레스트로 향했다.
호 리버(Hoh river).  우) 저 멀리 만년설로 뒤덮인 올림퍼스 산이 보인다.



호 레인 포레스트(Hoh Rainforest)

호 레인 포레스트는 세계 유일한 온대 우림이라고 한다. 한 글자씩 살펴보면 우림은 비가 많이 와서 생긴 숲이라는 뜻으로 비가 많이 오면 큰 나무가 빽빽이 들어서는 숲이 생긴다. 이런 숲을 정글 또는 밀림이라고 부른다. 보통 열대 기후인 브라질 아마존이나 동남아시아에서 정글을 볼 수 있다.

호 레인 포레스트가 있는 올림픽 반도는 온대 기후이다. 즉, 세계 유일한 온대 우림이라는 말은 열대 기후에서만 생기는 다른 밀림과 다르게 온대 기후에서 비가 많이 와서 생긴 밀림이라는 것이다.


호 레인 포레스트는 세계 유일의 온대 우림이자 원시림이다. 찾아보니 원시림은 자연재해나 사람의 간섭을 받은 적이 없는 산림을 말한다고 한다. 참 귀하고 고결한 숲이다.



숲이 크다. 그나마 큰 숲이 느껴지는 사진.
영화 <트와일라잇>에서 에드워드가 벨라에게 뱀파이어 인 것을 들키고 나서 이 숲 속을 뛰어다닌다.


커다란 나무가 녹색 이끼로 뒤덮여 있다. 아니다. 커다랗다 보다 거대하다는 말이 그나마 가장 걸맞다. 나무가 끝없이 올라간다. 이끼로 뒤덮인 숲의 모습이 참 신비로웠다. 이끼는 그늘지고 습한 곳에서 자란다. 그래서 호 레인 포레스트에는 햇빛이 많이 들어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산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푸릇한 이끼의 모습 때문인 거 같다. 은은한 초록빛에서 생명이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나무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이끼가 푸릇하다. 생명력이 느껴진다.


드문드문 들어오는 햇빛.


드문드문 들어오는 햇빛이 영화 <트와일라잇> 속 뱀파이어랑 잘 어울렸다. 트와일라잇 세계에서 뱀파이어는 햇빛을 받으면 피부가 다이아몬드처럼 빛나기 때문에 햇빛을 피해야 한다. 영화에서 뱀파이어 에드워드가 인간 벨라에게 정체를 들킨 이후 이 숲을 뛰어다닌다. 그리고는 살짝 들어오는 햇빛을 받아 다이아몬드로 빛나는 피부를 벨라에게 보여준다. 어쩜 이렇게 영화의 내용을 잘 살릴 수 있는 곳을 찾아낸 건지. 감탄을 하며 숲을 구경했다.


햇빛을 받은 고사리가 예쁘다.


이때부터였다. 고사리를 좋아하게 된 것이. 햇빛에 반짝이는 고사리를 보았다. 나물로만 먹던 고사리는 참 예뻤다. 그 이후 여행길에 고사리만 보면 집착하며 사진을 찍어댔다. 한 번은 호주에서 해안 절벽을 투어 할 때였다. 고사리 컬렉터인 나는 고사리를 발견했다. 가이드 님이 길가에 늘어져있는 고사리를 알아본 나를 칭찬해 주셨다.


“보통 고사리인 거 잘 모르시던데, 어떻게 아셨어요?”

‘고사리만 좋아하면 잘 알게 됩니다.’


숲에는 이런 냇가도 있다.




포크스 마을(Forks)

포크스 마을(Forks) 은 영화 <트와일라잇>에서 벨라의 아버지가 사는 마을이다. 애리조나에서 엄마와 살던 벨라가 포크스로 이사하여 아버지랑 살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실제로 이 마을에서 촬영된 것은 간판 정도지만 트와일라잇 덕후는 영화 속 이름의 마을에 오는 것만으로도 설렌다.


포크스 마을 입구 표지판(The City of Forks Welcome You Sign). 영화에서 벨라가 포크스 마을로 차를 타고 가는 장면에 아주 짧게 나온다.


트와일라잇 벨라 트럭(Bella's Truck). 마을 초입에는 관광객을 위한 벨라 트럭이 있다. 여고생이 트럭을 타고 다니는 미국.


트럭이 2대가 있는데 영화에서는 오른쪽 트럭이 나왔다. 소설에서는 왼쪽 트럭으로 묘사되어 벨라 표지판은 왼쪽 트럭에 붙어있다.
트럭에게 향한다. 신났다.


포크스 고등학교(Forks High School). 영화 속에서 벨라와 친구들이 다니는 학교다. 이름만 따 왔고 실제 촬영한 곳은 아니다.


마을로 더 들어가면 기념품 가게가 있다. 우) 관광 상품인 거 아는데도 신났다.


하룻 밤을 보냈던 숙소. 석양에 물든 하늘이 예쁘다.

 



라푸시 리알토 해변(Rialto Beach)

영화 <트와일라잇> 에서 올림픽 국립공원의 라푸시(La Push) 지역은 늑대인간의 구역으로 등장한다. 실제로 미국 라푸시 지역은 인디언 보호 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영화 속 늑대인간들은 인디언 학교 학생들이 변화하는 것으로 나오는데 실제 배경이 비슷해서 신기했다. 영화에서 리알토 해변(Rialto Beach) 은 벨라와 늑대인간 제이콥이 함께 걸어 다니는 해변으로 나온다.


인디언 퀼렛족(Quileute) 의 문양인 것 같다. 실제 이름이었다니!


리알토 해변(Rialto Beach).
우리나라와 같은 태평양인데 바다가 또 다르게 느껴진다.


엄청 큰 유목이 보여서 들어가 본다.


반질반질 예쁜 나무 막대기. 누가 깎았던 건지 자연이 깎아놓은 건지.


리알토 해변은 모래 대신 자갈이 있다.  가운데) 큰 자갈.  우) 작은 자갈.




크레센트 호수(Lake Crescent)

크레센트 호수는 올림픽 국립공원에서 가볼 수 있는 호수 중 하나다. 호수의 물색이 파랗고 맑아서 보기만 해도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었다. 가이드님이 투어를 진행해 보면 나처럼 기대 없이 왔다가 크레센트 호수에 반하고 가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호수의 크기가 그나마 느껴지는 사진. 푸르른 호수가 넓게 있다.


하늘도 파랗고 물도 파랗고. 보기만 해도 청량해진다.


햇빛에 따라 물색이 다르게 보인다.


엄청 큰 통나무도 있다.




시애틀은 바다 옆에 있는 도시이다. 하지만 시애틀의 바다는 올림픽 국립공원이 있는 올림픽 반도와 몇 개의 섬들로 바다의 중간이 가로막혀 있는 모습이다. 그래서 바다를 끼고 떨어져 있는 땅과 땅 사이 짧은 거리를 운행하는 페리가 잘 갖추어져 있다. 시애틀에서는 페리를 통해 출•퇴근하는 직장인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시애틀 교통카드인 올카(ORCA) 카드로 페리에 탑승할 수도 있고 버스, 전철과 함께 환승하여 이용할 수 있다.


선상에서 본 시애틀 시내 전경. 사진으로는 담기지 않아 아쉬웠다. 더 잘 찍지 못하는 내 손이 아쉬웠다.





테마 여행은 여행을 즐기는 좋은 방법이다. 주제를 정하고 주제와 관련된 장소로 일정을 짜고 여행하면 된다. 주제는 영화, 책, 미식, 음악 등 취향에 따라 정한다. 관광 명소로만 여행할 때와는 또 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좋아하는 영화의 배경과 촬영지를 가보는 것이 재밌다는 것을 이때 알게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때 테마 여행이라는 새로운 여행 방법을 알게 되었다. 미국 여행 덕분에 나의 취향도 더 알게 되고 나에게 맞는 즐길 거리를 찾게 되었다. 여러모로 미국 여행은 잊을 수가 없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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