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 연간의 시인 목만중(睦萬中, 1727∼1810)이 지적했듯이, 18~19세기는 ‘온 나라가 꽃에 미쳐 날뛰는’ 시절이었다. 온갖 기이한 꽃과 진귀한 나무를 사 모은 ‘중향국(衆香國)’을 갖고 싶어 하던 그때, 내가 보기에 진정한 꽃나무 애호가는 안동의 아전 김원명(金遠鳴)이다. 그는 당시 그 어떤 꽃나무 마니아들보다 훨씬 더 거룩하다.
“김원명은 안동의 아전이다. 아버지 상에 시묘살이 삼 년을 하였고 복을 마친 후에도 오히려 소식(素食)을 중지하지 않았으며 날마다 반드시 아버지 무덤에 가서 곡을 하였다. 방 안에 아버지의 옷을 걸어두고 종신토록 추모하는 마음을 붙였으며, 좋은 나무와 기이한 풀을 무덤 앞에 심지 않은 것이 없었다.”
* 중향국 : 원래는 불교의 향적여래(香積如來)가 다스리는 나라로 대개는 절을 가리키기도 하는데, 그 말을 가져다가 ‘향기로운 꽃들의 나라’라는 의미로 전용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