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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경환 Aug 07. 2023

입추(立秋)


입추를 ‘가을에 들어선다’고 풀이하면 잘못이다. ‘입(立)’이지 ‘입(入)’은 아닌 것이다. '입'은  대개 ‘서다’, ‘세우다’의 뜻으로 쓰인다. '입추(立錐)의 여지가 없다'는 말은 송곳을 세울 틈도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입춘(立春)’, ‘입하(立夏)’, ‘입추(立秋)’, ‘입동(立冬)’처럼 시간이나 계절과 관련되어 쓰일 때는 ‘곧’이라는 부사의 기능을 한다. 말하자면, (아직 본격적인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오지는 않았지만), 곧 올 것이다‘라는 의미다.


그러니 무더위는 조금 더 참아야 할 듯하다. 그렇지만 입추가 되면 오동나무 잎 하나가 가장 먼저 떨어진다 했다. '일엽낙천하지추(一葉落天下知秋)'라 했으니, 나뭇잎 하나가 지는 것으로 가을인 것을 천하가 안다.


장마 끝나 하늘 개니(潦盡長空廓),

입추 바람 시원도 하네(立秋風颯然)


참고로 서늘한 기운은 처서가 되어야 온다. 8월 23일이다. 아직 보름은 더 기다려야 한다.


처서는 한자로 處暑라고 하는데, 여기서 '處'는 그치다[止], 숨다[隱], 물러나다[退]의 의미다.


그래서 시인들은 처서를  "벗은 옷자락을 걸어놓은 팔월도 저문 그믐 / 멀리 북북서진의 천둥소리"(정끝별) 울리는 "여름의 끝"(박준)이라 노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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