옅은 구름 성긴 버들, 모두 가을빛 / 澹雲疎柳共爲秋
한가로이 바라본 연못 그윽도 하다 / 閒看池塘水氣幽
파랑새 고기 낚다 번번이 놓치고서 / 靑鳥掠魚頻不中
모른 척 연밥 위에 돌아와 앉는구나 / 還飛端坐碧蓮頭
노긍(盧兢, 1738~1790)의 〈초가을(早秋)〉이라는 시다. “담운소류(澹雲疎柳)”는 두보의 “담운소우(澹雲疎雨)”를 변주한 것이다. ‘성근 비’를 ‘성근 버들’로 바꾸었다. 졸린 눈을 달래면서 겨우 읽다가 “단좌(端坐)”를 재미 삼아 “모른 척 앉다”라 옮기고는 혼자서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