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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경환 Sep 14. 2023

막아지(莫我知)


스승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없구나!” 자공이 말했다. “왜 스승님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고 하십니까?” 스승님께서 말씀하셨다.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사람을 탓하지 않으며, 아래로 사람의 일을 배우고 위로 천명에 통달했는데, 나를 알아주는 자는 하늘일 것이다.” 子曰, 莫我知也夫. 子貢曰, 何爲其莫知子也. 子曰, 不怨天, 不尤人, 下學而上達. 知我者其天乎.


공자는 다른 사람이 자기를 알아주지 않는 것에 마음 쓰지 말라고 자주 말했지만, <논어>의 이 문장에서는 다른 사람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것을 몹시 신경 쓰고 있으며, 아울러 어찌해 볼 수 없음에 속이 조금 쓰린 심정을 드러내고 있다.

 

내가 보기에, 이런 것이야말로 공자의 인간적 면모가 아닐까 한다.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 것을 걱정하지 말고, 내가 남을 알아주지 못하는 것을 근심하라”고 설파했지만, 정작 자신도 그 걱정 앞에서는 ‘괴로워하는 존재’였다. 이 구절에서 나는 공자의 피로와 고독 그리고 절망 같은 것을 느낀다. “하늘은 나를 알아줄 것이다”라고 한 말이 더욱 안쓰러워 보이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이다.


이렇게 보면 공자의 심중을 너무 천박하게 살피는 게 아니냐 하는 혐의를 받게 될 것이다.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사람을 탓하지 않으며, 아래로 사람의 일을 배우고 위로 천명에 통달”하고자 애쓴 공자를 너무 세속적인 인간으로 몰아붙이는 게 아니냐 하는 것이다. 다산은 “공자가 스스로 탄식한 것이다”라고 푼 주희의 견해를 다음과 같이 반박했다. “‘(공자는 늘)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음을 근심하지 말라’고 항상 말했는데, 지금 여기서 ‘막아지(莫我知)’, 곧 '(사람들이) 나알아주지 않는구나' 라면서 탄식을 발설했을 리가 없을 것이다. 만약 그렇게 탄식했다면 반드시 그 뒤를 이어서 '나는 요순의 도를 조술(祖述)하고 문왕과 무왕의 법을 헌장하였다'고 했을 텐데, 어찌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사람을 탓하지 않으며, 아래로 배워서 위로 달한다'고 했겠는가. 공자의 이 말은 이 세상에 등용되는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다산의 말을 여러 번 읽어봐도, 나는 공자의 마음 언저리를 제대로 알아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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