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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경환 Dec 21. 2023

점액(點額)

수능 만점자 얘기가 또 나온다. 사실 공동체가 관심을 두어야 하는 것은 무수한 점액들이다. 저 독식의 화신들, 짓밟고 승리하는 데 눈 먼 저 악다구니들에게 무수한 점액, 곧 루저들의 삶이 과연 얼마만큼 다가올 수 있을까.


"점액 : 시험에 낙제함. 용문을 올라간 잉어는 용이 되고, 그렇지 못한 것은 이마에 점이 찍혀서 돌아간다는 데서 유래한다." 우리말샘의 풀이다.


'이마에 점이 찍혔다'는 말은 대단히 가슴 아픈 표현이다. 황하를 거슬러 올라 용문을 통과하려고 무수히 애를 쓰다가 결국 실패해 이마에 시퍼런 멍이 들었다는 뜻이다.


요즘말로 '루저들'이다. 용문을 통과한 잉어만이 모든 것을 차지하는 승자독식의 세계에서 저 무수한 우리 점액들은 가차없이 짓밟히고 스러져간다.


그런데 이들이야말로 저 몇몇 승자들이 지배하는 국가라는 조직을 안받침하는 절대 다수이다. 이들을 돌아보지 않으면, 허균의 표현대로 '망하기를 발을 돋우고 기다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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