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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경환 Dec 23. 2023

세밑의 초현실주의


적적한 김에 1929년 브뉘엘과 달리가 함께 만든 17분짜리 영화를 꺼내보았다. 지금쯤은 뭐가 좀 보이려나 했지만, 역시 내 익숙한 악몽만 다시 확인하였다.


몽타쥬를 창안한 에이젠슈타인은, 이 영화가 당대 부르주아 의식의 붕괴를 그리고 있다고 한바, 그 해석이 가장 실질에 근접한 것이 아닌가 한다.


관객들인 부르주아가 이 영화에 불만을 표시하지 않았음에 실망했다고 한 달리의 반응이 그 증거의 하나이다. 이 영화에 프랑스 부르주아가 대단히 열광했다고 하는데, 그것은 다시 에이젠슈타인의 설명이 옳음을 말해준다. 부르주아의 열광은 곧 그들의 허무주의 혹은 허위의식 같은 걸 잘 보여주는 것이다.


왕년에 약간 아는 척을 할 때, 자막에 나오는 '옛날 옛적에, 8년 후, 16년 전, 새벽 3시, 어느 봄'에서 어떤 힌트를 얻어보려 했는데, 그건 당시 내가 허위의식으로 떡칠을 한 몰골로 나다니던 일개 쁘띠였음을 말해준다.

그런데 이런 말은 가당치 않아 보인다. 브뉘엘과 달리에게 속아 넘어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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