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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경환 Dec 30. 2023

세밑 단상


(음력으로는 아직 이르지만 여하튼) 내일이면 ‘섣달그믐’이다. 섣달은 음력으로 한 해의 맨 마지막 달을, 그믐날은 역시 음력으로 그달의 마지막 날을 말한다. 세밑, 제석(除夕), 세제(歲除), 세진(歲盡), 제일(除日) 등이라고도 하는데, 이날 밤 늦게를 제야(除夜)라고 부른다. ‘제(除)’가 없앤다는 뜻이니, 이는 구력(舊曆)을 혁신한다는 말이다.


‘제구포신(除舊布新)’이라는 말이 있다. 낡은 것을 제거하고 새로운 것을 펼쳐낸다는 뜻이다. 『좌전(左傳)』에 처음 보이지만 마오쩌뚱이 『모순론』에서 ‘신진대사(新陳代謝)’, ‘추진출신(推陳出新)’ 등과 함께 언급함으로써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여기서 ‘신진대사’는 묵은 것이 없어지고 그 대신 새것이 생김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고, ‘추진출신’은 옛것 중 쓸모없는 것은 버리고 좋은 것은 찾아내서 새로운 방향으로 발전시킨다는 뜻이다.


하루가 바뀌었다고 무슨 새로움이 있겠는가마는 그래도 기쁜 마음으로 ‘송구영신’을 바래본다. 예전에 한유가 가난을 쫓아내는 글(<송궁문(送窮文)>을 지으면서 ‘거고취신(去故就新)’이라 했듯이, 옛 자리를 떠나 새 곳으로 미련 없이 훌훌 떠나가면 좋겠다.


덧. 광복 후 역대 서울 시장이 해마다 ‘제야의 종’을 치는데 파루(罷漏)를 본떠 33번을 쳐 왔다. 객쩍은 소리겠지만, 카운트 다운을 해 자정이 되었을 때부터 종을 치는 것은 엄격히 말해서 ‘새벽종’이다. 33번을 치는 것도 근거가 박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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