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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경환 Jan 18. 2024

어우(於于)


나도 호를 좀 지어볼까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옛책을 보다가 처음 만나는 분들은 반드시 그의 호를 찾아본다.


자학(字學)에는 문외한이어서, 그저 그 소리나 간단한 뜻 정도만 고려해 지어볼까를 생각하지 않은 바는 아니지만, 대개는 유치한 현학이나 우스개로 떨어지고 만다. 홀라당(忽裸堂) 따위들이다. 가식의 옷을 벗어 재껴야 한다는 의미다.


내가 만난 호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어우야담』의 저자 유몽인(1559~1623)의 호 “어우당(於于堂)”이다. 이 말은 흔히 쓰지 않는다. 『장자(莊子)』에 “어우이개중(於于以蓋衆)”에 그 용례가 보이는데, “허풍으로 대중을 속인다”는 정도의 뜻이다. “어우”는 곧 “허풍”인 것이다.


장자이 말은 사실 공자를 비판한 데서 나왔다. 공자가 자기 학문이 넓다는 것으로 성인에 비기고, 허황된 말들로 백성을 속이고 다녔다는 것이다.


조선 시대 유학자이자 고위 관료였던 유몽인이 공자를 비판한 장자의 말을 자기 호의 근거로 삼았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발음도 좋지 않은가. “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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