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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경환 Jan 23. 2024

허물과 반성

     

누구나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그래서 범인(凡人)이다. 그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최근 모 작가가 지난날의 잘못을 고백하였다. 지식인으로서 ‘빠’의 구렁텅이에 빠진 자신을 되돌아보고 반성한 것은 높이 살 만한 일이다. “과이불개, 시위과의(過而不改, 是謂過矣)”라 했다. 잘못이 있는데도 고치지 않는 것을 허물이라 했으니, 그에게 이제 허물은 없어진 셈이다.     


그런데 한 가지 석연찮은 게 있다. 그 반성의 언저리에서 그는 아직도 이전에 그가 보인 특유의 경박함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과거 청산을 할 수는 있지만, 그 방식이나 수준이 너무 자극적이고 안이한 것이다. 특히 자신의 변신에 무슨 음모 같은 것은 절대로 없다고 항변하는 모양은 보기 민망하다.   

  

그러나 진영론에 빠져 아직도 허우적대는 수많은 ‘지식인’들에 비추어 볼 때, 그의 일종의 ‘태세 전환’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만, 그것이 이상한 방향으로 발전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변신이든 변모든 거기에도 가능한 한 일관된 입장 같은 것이 있어야 할 텐데, 그의 과거 행적을 돌아보면 그럴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시류에 편승하기 좋아하고, 일종의 관종 비슷한 정서가 그를 휘감고 있는 한 그렇다는 말이다. 인간은 그렇게 쉽게 변하는 존재가 아니다.      


변모든 변신이든 어려운 일을 감행한 사람이 우선 해야 할 일은 함부로 나대거나 항변하지 않고, 안으로 침잠해 들어가 성숙해진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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