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서 비어있다고 하는 것은 허무와 공허를 말하는 게 아니라 그 공허와 허무마저도 없다는 말이다. 그런 것 같다. 그래야 고등종교답다.
그런데 거기서 더 나아가 허무 자체는 없는 것이고, 허무하고 부질없다고 느끼는 감정이 세상을 허무하게 만든다고 하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타자화된 시방 여기의 삶에서 심리적 진실성 이외에 또 어떤 것이 의미가 있는지 궁금한 것이다. 그래서 내가 이토록 허무하여 안절부절하지 못하는 모양이기는 하다만...
먼 세계 이 세계
(최승자)
삼천갑자동방삭이 살던 세계
먼 데 갔다 이리 오는 세계
짬이 나면 다시 가보는 세계
먼 세계 이 세계
삼천갑자동방삭이 살던 세계
그 세계 속에서 노자가 살았고
장자가 살았고 예수가 살았고
오늘도 비 내리고 눈 내리고
먼 세계 이 세계
(저기 기독교가 지나가고
불교가 지나가고
道家가 지나간다)
쓸쓸해서 머나먼 이야기올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