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턴의 아이러니

by 진경환


테리 이글턴이 포스터의 소설 《인도로 가는 길》을 분석한 부분을 다시 읽어보니, 그는 역시 대단한 학자이다. 딱딱한 맑스주의 비평가로만 알려진 그는 사실 섬세하고도 정치한 분석에 능한 연구자이다. 두 가지 예를 들어 본다.


먼저, “이곳 갠지스강은 성스럽게 여겨지지 않았기에(happens not to be holy here)”라는 구절에서, 두운 “h”에 주목한다. “그 두운은 혀끝에서 너무나 매끄럽게 굴러간다. 그것은 종교에 대해 회의적인 세련된 아웃사이더가 힌두교 신앙을 심술궂게 찔러대는 것을 나타낸다. 이 두운은 ‘재기발랄함’, 즉 교묘한 말솜씨에서 느끼는 조심스러운 즐거움을 암시하고, 그것은 화자와 가난에 찌든 도시 사이의 거리감을 조성한다.”


다음, 그 소설의 첫 문장은 “마라바 동굴을 제외하면 — 그 동굴은 이십 마일 떨어져 있다 — 찬드라포르 시는 특별히 내보일 만한 것이 없다.”로 시작한다. 소설의 화자가 저렇게 말하는 것으로 보아, 그는 그 지역에 대해 상세히 알고 있으면서, 동시에 그곳을 좀 깔보고 있다. “정통한 내부 지식과 다소 거만한 거리감이라는 상반된 두 가지 의식이 흥미롭게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영국의 인도 지배라는 제국주의를 대하는 지식인의 모호한 태도 같은 것을 생각해 볼 수도 있음을 지적한다.)


이글턴은 이것을 “아이러니”로 설명한다. 그것이 고전이든 현대의 것이든, 나는 문학을 가장 문학답게 만드는 것으로 아이러니가 단연 최고라고 생각한다.


이글턴은 제인 오스틴의 소설 《오만과 편견》에서도 아이러니를 읽어낸다.


《오만과 편견》의 시작은 이렇다. “많은 재산을 소유한 독신 남자가 아내를 얻고자 한다는 것은, 보편적으로 인정된 진실이다.”


이것은 전형적인 아이러니다. 아이러니는 말의 표면적 내용, 곧 ‘부유한 남자는 아내를 원한다고 모두들 동의한다’와 그것의 명백한 의미, 곧 ‘이렇게 가정하는 사람은 대개 부유한 남편감을 찾는 미혼 여성들이다.’ 사이의 차이에 존재한다. 이 반어를 뒤집어 보면, 이 문장에서 부유한 총각들이 느낀다는 욕망은 실은 궁핍한 미혼 여성들이 느끼는 바로 그것이다.


부유한 남자가 아내를 필요로 한다는 말은 보편적인 진리로 제시되고, 그래서 그 말에 딴지를 걸 수 없다. 대자연의 엄연한 사실이 된다. 그런데! 그렇다면, 미혼 여성들이 부유한 남자의 신붓감이 되려고 정신이 팔리더라도 비난해서는 안 된다. 그녀들은 부유한 총각들의 욕구에 ‘정당하게’ 반응할 뿐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작가 제인 오스틴은 젊은 아가씨들과 그들의 뻔뻔스러운 어머니들이 탐욕적이라든가 계층상승을 꾀한다는 비난을 받지 않게 보호한다. 바로 여기에 아이러니가 숨어 있다. 사람은 자신의 비열한 욕망을 자연 질서의 한 부분으로 합리화할 수 있을 때 더 편안해 한다고 이 문장은 암시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그런 잘못된 생각에 빠져 있는 사람들을 지켜보면서 재미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소설 첫 문장 하나로 이런 아이러니를 읽어내는 이글턴의 분석력은 아름답기조차 하다. 작품만 훌륭한 것이 아니라 비평도 그렇다. 그렇게 둘은 같이 가는 것이다. 형편없는 작품에 어마어마한 찬사를 보내는 것을 너절한 ‘주례비평’이라 한다. 훌륭한 작품을 더럽히는 평론은 언급할 가치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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