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by 진경환

<꽃잎 1>에서 김수영은 "바람도 안 부는데 옥수수잎이 흔들리듯 그렇게 조금"이라는 절묘한 공간을 만들어 낸다.


누구한테 머리를 숙일까

사람이 아닌 평범한 것에

많이는 아니고 조금

벼를 터는 마당에서 바람도 안 부는데

옥수수잎이 흔들리듯 그렇게 조금


바람이 공간을 만든다면, 이건 모순이요 당착이다. 그래서 절묘하다. 그런데 사람이 아닌 평범한 것에게는 딱 그만틈만 고개를 숙이는 게 예의고 아름답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윤동주도 자그마한 것에 민감했다. 잎새에 이는 바람, 그 작고 섬세한 것으로도 동주의 마음은 힘들고 괴로웠다.


두 시인이 붙잡은 '작은 것'은 좀 다른 뉘앙스를 갖는다. 동주의 것에 청년의 비타협적 염결성 같은 게 보인다면, 수영에게서는 아이러니, 곧 거리두기의 냉정함이 느껴진다.


알다시피 근래 '작은 집'이니 '작은 학교'니 '작은 서점'이니 '작은 교회'니 해서 '작은'이 많이 쓰인다. 이때 '작은 것'은 어떤 의미인가? 대안인가? 저항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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