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님께서 말씀하셨다. “자유분방하면서 솔직하지 못하고, 흐리멍덩하면서 성실하지 못하며, 무지하면서도 신용이 없으면, 나는 그런 사람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子曰, 狂而不直, 侗而不愿, 悾悾而不信, 吾不知之矣.
《논어》의 이 구절은 인심이 예전 같지 않고, 오늘날은 옛날보다 못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나는 그런 사람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吾不知之矣)”는 말은 공자가 불만을 표시하는 습관이었다.
내가 보기에, 이 구절은 공자가 싫어하는 인간 유형을 말하는 것 같다. 인간(?)에 대한 한없는 애정[仁]을 갖고 있던 분도 이렇게 미워하는 감정을 갖는구나, 생각하니 나 같은 사람도 안심이 좀 된다. ‘인간론’만큼 흥미진진한 것은 없을 것이다. 내가 본 것으로는, 번역이 좀 과해서 문제였지만, 중국 후한 ~ 삼국 시대 유소(劉劭)가 쓴 『인물지』가 좋았다. 물론 『사기』 「열전」은 말할 필요 없겠다. 그런데 이런 인물평들을 읽다보면, 나 자신을 되돌아보기보다는 내가 싫어하거나 미워하는 사람을 떠올리게 되는데, 이는 공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광(狂)’을 리링은 ‘자유분방하다’고 풀었다. 적절한 번역인 것 같다. 공자는 「자로」편에서 “광자(狂者)는 진취적이다”라고 했고, 주희는 “광자는 뜻은 지극히 높으나 행동이 말을 가리지 못하는 자”라고 풀이했다. 근래 유행한 ‘불광불급(不狂不及)’에서의 ‘광’도 이렇게 이해해야 할 것이다. ‘양광(佯狂)’이라는 말이 있었다. ‘거짓으로 미친 척한다’는 뜻이다. 세상이 그의 능력과 포부를 알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른바 ‘신세모순(身世矛盾)’, ‘세여불합(世與不合)’이다. 이런 대표적인 인물로 김시습을 들 수 있다. 요즘 세상에서도 어느 정도 양광을 하지 않고는 살기 어렵지 않나 한다. 물론 그럴 만한 내공이 있어야 한다는 전제 아래서...
난화이진의 풀이로 이 구절을 다시 읽으면, 공자는 “겉으로는 호방하면서도 속마음은 정직하지 않는”, “외모로는 성실하면서도 속마음은 너그럽지 못한”, “속은 텅텅 비어 있으면서도 남도 자기도 믿지 않는” 사람을 미워했다. 한 구절씩 생각해 보려니 얼굴이 화끈거려 외면하고 싶어진다.
사람 관계에서 제일 마지막에 하는 것이 ‘포기’라고 생각한다. 리링과 난화이진 그리고 오규 소라이는 공자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 것을 각각 ‘습관적인 불만 표시’, ‘유머러스한 표현’, ‘가르칠 수 없다는 말’이라 했는데, 나는 주희가 “심히 거절하는 말”이라고 한 것에 동의한다. 상대와의 관계를 이제 포기하고 싶다는 표명으로 읽힌다. 더 이상 상종하기 싫다는, 다른 말로 이제 가망이 없다는 표명이라 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