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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경환 May 15. 2024

선생의 말

스승의 날 단상


말에 대해서는 그 동안 수많은 ‘인류의 스승’들이 고담준론을 많이들 펼치셨다. 나도 개똥철학 비슷한 것을 한 편 엮어낼 수는 있지만, 그저  마디 수다나 떨어보기로 한다.


선생은 말이 많다. 말이 없거나 적은 선생은 삶의 귀감은 될 수 있을지언정 참 교육자로서는 함량미달이다. 교육은 기본적으로 말을 통해 소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선생은 대개 말이 많은 사람이지만, 바로 그것 때문에 문제가 되기도 한다.


말을 조심해서 하자거나 할 말만 하자는 말을 하고 싶은 게 아니다. 사람이 살다 보면 이런 말, 저런 말, 의도했던 말, 생각지도 못한 말, 딴에는 배려한다고 했는데 뜻밖에 오해를 사는 말, 번드르르한 말, 소박한 말 등등을 두루 구사하게 된다.


그런데 말을 많이 해야 하는 선생이 계속 그렇게 말을 많이 하면, 문제가 생긴다. 다른 게 아니라, 상대를 피교육자, 그것도 무지한 대상으로 여기게 된다. 이렇게 선생이 지식을 시혜(施惠)하는 입장에 서게 되면, 이제 선생은 그것으로 끝장이다. 랑시에르가 말한 《무지한 스승》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많은 말’과 ‘적은 말’, ‘할 말’과 ‘못할 말’ 사이에서 그네를 탄 채 곡예를 넘어야 하는 선생은 얼마나 피곤한 존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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