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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경환 May 16. 2024

대지월(大地月)


어느 책에 1960년 순종의 비 순정효황후가 낙선재로 환궁하는 사진이 조인다.  순정효황후에 대해 알아보니,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이렇게 나와 있다. “만년에 고독과 비운을 달래기 위하여 불교에 귀의, 대지월(大地月)이라는 법명을 받았고, 낙선재(樂善齋)에서 심장마비로 죽었다.” 불교신문을 포함해 여러 신문들, 예컨대 서울신문, 경향신문, 프레시안 등의 기사에서도 '대지월(大地月)'이라고 쓰고 있다.


그런데 법명으로 ‘대지월(大地月)’을 썼다는 것이 이상했다. 과문해서이겠지만, 불교 쪽에서 그런 말을 쓴 경우를 보지 못했던 것이다. 이 책 저 책 뒤져보고, google과 baidu 등에서 검색을 해 보아도 그런 용례를 찾아볼 수 없었다.


내 생각에 그것은 아마도 ‘대지월(大智月)’을 잘못 쓴 것이 아닌가 한다. 인도 대승 불교 초기의 고승인 용수(龍樹)가 저술한 《대품반야경》을 풀이한 책 《대지도론(大智度論)》에서 그 용례를 찾아볼 수 있다. 동국역경원에서 서비스해주고 있는 한글대장경 검색 사이트를 이용해 보니, 그 말은 《금강삼매경론》에서 말하는 ‘큰 지혜의 광명’, 곧 ‘대지혜광명(大智慧光明)’을 의미하는 것 같다.


권위 있는 사전에서 실수를 저지르니 이후 모든 곳에서 잘못된 말을 그대로 쓰고 있다. 이런 면에서 책은 지속적으로 수정, 개정되어야 한다.


덧. 사진은 순정효황후가 1960년에 낙선재로 환궁하는 모습을 찍은 사진과 기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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