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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경환 May 24. 2024

봉선화


봉숭아라고도 하는 이 꽃은 조선 시대에도 손톱에 물을 들이는 데 썼다. 《동국세시기》에서는 “처녀들과 어린아이들이 모두 봉선화에 백반을 섞어 손톱에 물을 들인다.”고 했고, 《임하필기》에서는 “손톱을 아름답게 꾸미려는 마음과 함께 붉은 색이 벽사(辟邪)의 뜻이 있으므로 악귀로부터 몸을 보호하려는 뜻도 담겨 있다.”고 했다.


그런데 궁금한 점은 봉선화가 언제 개화하느냐 하는 것이다. 《동국세시기》를 지은 홍석모는 특히 서울지방의 세시풍속만을 대상으로 100여 편의 한시를 짓고 묶어 《도하세시기속시(都下歲時紀俗詩)》라는 시집을 펴냈다. 수록 한시들은 시간[절기] 순으로 배치했다.


그런데 이 봉선화 물들이기는 “봉선염지(鳳仙染指)”라는 제목으로 초파일과 단오 사이에 들어 있다. 아다시피 초파일은 음력 4.1일이고 단오는 5월 5일이다. 그렇다면 “봉선염지”는 그 사이쯤에 핀다고 봐야 한다.


양력으로 따지면 대략 5~6월이 된다. 그런데 백과사전들을 찾아보면 그 개화 시기는 거의 양력 7~8월로 되어 있다. 이것이 맞다면, 《도하세시기속시》에서 “봉선염지”의 배치는 단오 이후에 두어도 좋을 것이다.


꽃이 피고 지는 건, 좀 과장해 말하면, 수유(須臾)인데, 이렇게 한 달 정도의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인가? 《도하세시기속시》의 잘못인가, 백과사전의 오류인가, 날씨가 변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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