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쓰는 한자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흔종(釁鐘)”이라고 하는 말이 그래도 좀 쓰이는데, 새로 주조한 종에 희생의 피를 바르고 신에게 제사지낸다는 뜻이다. 이때 “흔”은 “희생의 피를 기물에 발라 제시하다”라는 의미다.
그런데 “틈” 혹은 “기회”라는 뜻도 있다. 그런 용례를 허균이 쓴 <호민론(豪民論)>에서 찾아볼 수 있다. “호민은 나라의 허술한 틈을 엿보고 일의 형세가 편승할 만한가를 노리다가, 팔을 휘두르며 밭두렁 위에서 한 차례 소리 지르면, 저들 원민이란 자들이 소리만 듣고도 모여들어 모의하지 않고도 함께 외쳐대기 마련이다. 저들 항민이란 자들도 역시 살아갈 길을 찾느라 호미ㆍ고무래ㆍ창자루를 들고 따라와서 무도한 놈들을 쳐 죽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흔역(釁逆)”은 “반란”을, “흔수(釁首)”는 그 “반란의 우두머리”를 말한다.
각설. 빈틈을 살피는 것은 이런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개 비겁한 짓이다. 정면으로 맞서지 않고 뒤에서 상대의 빈틈을 공격하는 것은 일종의 전술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정정당당한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