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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경환 Jun 03. 2024

개성말 둘


[1] 더리적다


우리 부모님 고향은 개성이다. 분단 이전에는 경기도였고, 지금은 황해도에 속한다. 38도선이 그어진 후에도 부친은 '재정교(자전거)'를 타고 서울을 다녀가셨다고 한다.


나는 어려서 부모님의 ‘말’에 남다른 관심을 보였다. 어머니가 하신 말씀 중에 지금도 기억에 남는 속담은 “가을비는 사돈어른 눈썹 아래서 피해간다”는 것이다. 가을비는 그만큼 짧게 내린다는 뜻이다.


그리고 아버지는 내가 간혹 못난 짓을 하면 “더리적은 놈”이라는 말씀을 하시곤 했다. 사전에는 올라 있지 않은 말이다.


“서울서는 별로 안 쓰는 말인데 개성사람이 많이 쓰는 말 중 ‘더리다’가 있다. ‘더리다’를 강조하기 위해 ‘더리적다’, ‘지더리적다’라고도 하는데, 주로 자기가 한 작은 선행이나 자선을 오래 마음에 두고 보답을 바라거나 공치사를 하고 싶어하는 구질구질하고 산뜻하지 못한 인품을 딱하게 여길 때 그런 표현을 썼다.” 개성 출신인 박완서 선생의 말이다.


이 말은 아마도 “더리다”와 “적다”가 합쳐져서 생긴 말인 것 같다. “더리다”는 “격에 맞지 않아 마음에 달갑지 않다”, “싱겁고 어리석다”, “아니꼽고 야비하다”는 말이다. “적다”는 “멋적다”처럼 “일부 명사나 형용사 어근 뒤에 붙어, ‘그러한 것을 느끼게 하는 데가 있다’의 뜻을 더하여 형용사를 만드는 말”이다.


요즘 식으로 풀면 "참 밤맛 없다" 정도가 될까? 하여튼 요즘 주위에서 난무하는 쓰잘데없이 더리적은 언행들이 입맛을 잃게 한다.


[2] 차살머리없다


경우 없는 언행을 일삼는 이들을 볼 때, “차살머리없이 나대는 더리적은 사람 치고 너절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 한다.


우리 어머니가 주로 쓴 말이었다. 대개 실없이 까불대는 이를 꾸짖을 때 하신 것 같다. ‘차살’이 무슨 의미인지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도 등재되어 있지 않아 확언하기 어렵지만, 요즘 식으로 하면 “깐족거리다”라는 뜻에 가까운 것 같다. “깐족대다”는 쓸데없는 소리를 밉살스럽고 짓궂게 달라붙어 계속 지껄여댐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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