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는 침착해야 해.
“오빠~~ 피!!!! 오빠!!!!”
다급하게 오빠를 불렀다. 큰 아이 머리가 찢어졌다. 아이들이 샤워를 하고 잠을 자려고 안방에서 뒹글고 있었다. 놀고 있던 큰아이가 침대 위에서 아래쪽 매트리스로 몸을 던졌다. 거기에 옆에 있던 의자에 머리를 박았다. 그곳은 둥근 모서리였고 위험한 곳도 아니었다.
“오빠!!! 얼른 나와!!!”
신랑은 샤워를 하는 중이었다. 머리가 찢어지면 그렇게 피가 나는지 처음 알았다. 피가 분수처럼 폭발해서 일자로 솟구쳤다. 피가 솟구쳐서 천장까지 피가 묻었다. 얼른 옆에 있던 가재 수건으로 지혈을 하고 그때부터 손발이 벌벌 떨렸다.
머릿속은 하애 졌고 아이는 이제야 놀랬는지 울기 시작했다.
“울지 마!! 엄마가 119에 우선 전화해서 병원을 물어볼게.”
“오빠 얼른 둘째 옷 입혀! 모르니깐 분유랑 기저귀도 챙겨.”
연고 없이 내려와 있던 이곳엔 연락해서 둘째를 잠깐 맡길 곳이 없었다. 둘째는 기어 다닐 때였다. 우선 둘째는 아기띠를 하고 큰아이는 손에 잡았다. 머리는 천기저귀로 돌돌 말았다. 신랑은 차키를 꺼내 119에서 알려준 병원으로 향했다.
다행히 5분 거리 병원으로 안내를 해 줬다. 이 날 마침 비가 오는 여름밤이었다. 신랑도 놀래서 하얗게 질려 운전을 하는데 직진만 하는 게 아닌가. 내가 침착해야지를 속으로 삼키며 가는 중이었다.
" 오빠. 사람 사람 지나가잖아. 조심해 정신 차려!"
신랑도 넋이 나갔는지 비가 와서 앞이 안보였는지 사람도 못 보고 직진만 하고 있었다. 엄마 아빠가 놀랬을 때는 택시를 타거나 119의 도움을 받는 게 낫다고 다시 한번 느꼈다. 엄마 아빠가 판단력이 흐려져서 운전을 하면 제2의 사고가 날 수 있다. 처음 겪었던 일이라 운전을 해서 아이 둘을 데리고 응급실로 향하고 있었다.
접수를 하고 아이는 엑스레이 실로 가서 사진을 찍었다. 크게 이상은 없었지만 머리를 꿰매야 했다. 머리는 피부가 두꺼워서 스템플러는 박는다고 했다.
"뭐라고? 스템플러를..?"
진짜로 대왕만 한 스템플러를 가지고 와서 머리에 두방을 쾅쾅 박았다. 나와 신랑은 정말 놀랬다. 아이는 무섭다고 했지만 옆에 교통사고 환자들이 많아서 그걸 보고 더 놀랬는지 울지는 않고 침착했다. 머리에 스템플러를 두방 찍고 머리에 칭칭 붕대를 감고 집으로 돌아왔다.
둘째는 내 앞에 달랑달랑 매달려서 여기저기 같이 다녔다. 응급실 차디찬 의자에서 기저귀도 갈고 분유도 먹이고 전쟁통이 따로 없었다. 그래도 큰 사고가 아니라며 위로하고 응급실을 나섰다.
아이들 키울 때는 별일이 다 있다고 들었는데 첫 응급실의 기억이 너무 생생하다. 그 뒤로 둘째 고열로 응급실을 가보고 했지만 피를 봤던 응급실은 태어나서 나도 신랑도 겪는 첫 경험이었다. 아이들은 어디서 사고를 날지 모른다. 안방에 위험한 것은 다 없다고 생각했었다. 둥근 모서리에 머리가 찢어질 줄은 몰랐다. 그 뒤로 아이들은 침대에서 뛰어내리지 않았다. 여름이라 머리에 땀도 나고 덧이 날까 봐 매일 드레싱을 하러 병원에 둘째를 안고 2주 동안 큰 아이 손잡고 병원에 출근을 했다.
스펙 타클 했던 비 오는 날의 여름밤을 잊지 못한다.
사진 출처 - 픽사 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