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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mi Dec 10. 2022

미친 윗집 여자의 발소리

층간소음


또각또각또각또각


육성으로 욕 할 수 없으니 속으로 이야기한다.

‘또 저 미친 여자 일어났구나’

마음속엔 미친 여자라고 단정 지었다. 안 그러면 미칠 것 같았다.



늦잠을 자고 싶은 주말 아침에 알람 소리는 윗집 여자의 구둣발 소리이다. 새벽같이 잘도 일어난다. 주말엔 늦잠 좀 자야 인간적이지. 부지런 하기는 얼마나 부지런 한지 집에서도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 이방 저 방 돌아다니는 소리가 끝내준다.


평일엔 뭐 나도 다섯 시 반에 일어나서 아침 준비를 하고 가족들 런치 박스를 준비하니깐 괜찮다. 아니 그냥 소리가 들리지만 나는 괜찮아하고 주문을 외운다.



하지만 이번 주말도 망했다. 일곱 시도 안돼서 또각또각 알람 소리에 잠을 깼다. 여긴 중국이다. 그래 집에서 신발을 신고 다니는 건 알겠다. 근데 왜 하필 구두일까? 집에서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도 하는 걸까? 남편에게 각선미를 보여주려고 하는 건가? 주말 아침 늦잠을 못 자니 화딱지가 나서 별 생각이 다 든다.


구둣발 소리보다 더 심한 건 집에서 줄넘기를 한다. 애도 엄마도 다 같이 한다. 우리 집은 4층이다. 40층 건물에서 저층이라 걸어 내려가서 일층에서 줄넘기를 하면 된다. 하지만 저녁 9시쯤 소리가 난다.


휙휙휙 쿵쿵 쿵쿵 끼익 끼익



우리 집 거실 샹들리에가 흔들리는 소리다.  샹들리에가 곧 무너질 듯하다. 저녁에만 하면 아이가 하는 줄 알겠는데 낮에도 줄넘기 소리가 난다. 줄넘기를 하지 말아 달라고 몇 번을 이야기했지만 개선의 의지가 없다.




최애 라디오를 켠다. 음악이 흘러나온다.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 모닝커피도 내린다. 윗집 미친 여자 때문에 소중한 주말을 망칠 순 없다. 커피 한 모금을 하면서 오늘은 무얼 하며 보낼까 고민해본다.



대문사진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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