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늙었으면 좋겠다

by 오현

사랑하는 사람아

저문 날의 빈 들판에 서서

너와 보낸 시간들을 볼때면

찬바람에 몸을 웅크린 채

네 시린 손을 끌어당겨

내 외투 주머니 속에 쏙 집어넣던 날들도 보게돼


너와 나 사이에 흐르는 것은

우리가 서로를 부르며 지내왔던

날들의 얼룩이야

밤하늘 별들이 저렇게 총총한 것은

못 다한 마음이 미련으로

걸려 있기 때문 아닐까?


새해라고 뭐 별것 있겠나

아침 햇살이 마당 가득 내려앉으면

너하고 나하고 마주 앉아

따뜻한 밥 한그릇 나누어 먹는 것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상 머리에서

웃어주는 네얼굴이면

내게는 매일이 새해 아침이야


햇살이 네 어깨를 툭툭 치며 지나가면

당신 눈동자에 비친 내 못난 얼굴이

그렇게도 멋질 수가 없어

꽃길만 걷게해준다는 거창한 약속은 못해도

그저 네 손 꼭 잡고 동네 한바퀴

산책하는 것이 내게는 행복이야


사랑은 늘 가까이 있어

눈 덮인 들판 아래

봄을 기다리는 보리싹들 처럼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온다는것이 당연한 것처럼

너를 사랑하는 내마음도

계절과 같이 당연한거야


사랑하는 사람아

그물처럼 얽힌 우리네 삶 속에

너라는 가장 고운 빛을 건져 올린 것이

내 평생 가장 잘한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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