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하나 올린 지 얼마 안 되어 충격적인 제목의 기사를 접했다. 바로,
“내년 봄부터 마스크 벗을 수도…이번 겨울은 참아야” (국민일보, 류동환 기자, 2022.09.13.)
라는 기사였다.
내용 일부를 발췌하여 실는다.
정기석 국가감염병 위기대응자문위원장은 13일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언제쯤 마스크를 벗을 수 있겠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이번 겨울은 조금 참으시고 내년 봄부터는 다 같이 (마스크를) 벗을 수 있는 계기가 있겠다고 본다”고 답했다. 정 위원장은 정부 산하의 코로나19 특별대응단장도 겸직하고 있다.
정 위원장은 최근 호흡기학회 참석차 유럽에 다녀온 일화를 소개하면서 “폐렴(문제를) 보는 학회인데 아무도 마스크를 안 쓰더라. 호흡기내과 의사들이 실내에서 마스크를 안 쓰더라는 것”이라면서 마스크 해제 시점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이어 “우리도 벗어야 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우리의 그동안의 문화, 환경이 있고 우리의 치명률과 위중증률이 있으니 그것을 봐 가면서 (시점을) 건의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 위원장은 ‘내년 봄’을 적당한 시기로 본 것에 대해서는 “그게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겨울에 계절성 독감이 코로나19와 동시에 대규모로 유행하는 ‘트윈데믹’이 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요컨대, 학회 참석차 유럽에 방문한 정기석 교수는 심지어 '호흡기내과' 의사들조차 마스크를 쓰지 않는 모습을 보고 마스크를 언젠간 벗어야겠다 생각은 했으나, '현 상황상' 당장은 안 된다 판단했고, 내년 봄쯤 되면 마스크 의무 착용 조치 해제를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정기석 교수는 '국가 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방역 정책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위치에 있다. 그런 그가 마스크 의무화 해제 건을 언급했다. 그러나 그마저도 건의하겠다 말한 점에서 겨우 가능성의 영역이다.
나는 지난 8월 '정기석 국가 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 위원장의 발표를 접하고'라는 글에서 정기석 교수의 반쪽짜리 현실 인식을 지적한 바 있다. 그는 당시 '코로나 바이러스 박멸은 불가능하나 통제는 필요하다'는 식의 발언을 했는데, 나는 그 글에서 '애초에 박멸할 수 없는 바이러스를 어떻게 통제하냐'며 정 교수의 발언을 비판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반쪽짜리다. 통제할 수 없는 바이러스고, 마스크 착용이 별 의미가 없다면 조속히 해제하여 진정한 의미의 '위드 코로나'를 실현해야지, 당장은 안 된다는 논리가 기껏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독감)와 코로나 바이러스에 동시적으로 감염되는 '트윈데믹'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그는 독감에 대해 아래와 같이 말했다. (위의 기사)
그는 “2년 동안 우리나라에 독감이 거의 없다시피 했기 때문에 (독감을) 안 앓아본 아이들은 그만큼 면역이 약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독감이 그동안 안 돌았던 이유가 마스크를 써서다. 독감이 특별히 약해진 게 아니다. 그래서 이번 겨울은 그냥 조금 참으시고 내년 봄부터는 다 같이 한번 벗을 수 있는 계기가 있겠다”고 정리했다.
이 구절을 보고서도 어이가 없었다. 2년 동안 독감이 유행하지 않았던 이유로 '마스크 착용'을 꼽아서였다. 이 말에는 그 자체로 모순이 있는 것이, 애초에 독감이 안 돌아서 면역이 떨어졌는데 정작 마스크 착용 덕에 독감이 안 돌았다? 이는 근본·궁극적으로 마스크 착용이 아이들의 면역을 저하시켰다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상관관계와 인과관계가 너무나 명확하다. 만약 정말로 마스크 착용 덕에 독감이 유행하지 않은 거라면 마스크의 효능은 절대적으로 입증되는 것인데, 되레 이로 인해 아이들의 면역이 전반적으로 저하되어 있다면 과연 마스크 착용이 중장기적으로 이로웠다고 단언할 수 있나? 절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마스크 착용이 각종 세균과 바이러스와의 접촉을 차단하여 개인의 면역을 상당히 떨어뜨렸다는 말밖에 안 된다. 그렇다면 트윈데믹에 대한 우려마저도 결국 '마스크를 너무 오래 써서 감염 취약군(脆弱群)의 면역이 저하되었기 때문에 오히려 마스크를 안 쓰면 안 된다'는 이유에서 나온 것이 된다.
선후관계를 정리하면 이렇다.
마스크 착용이 바이러스를 차단한다.
(그런데 이로 인해 오히려) 면역이 저하된다.
(결론적으로) 질병에 취약해진다.
…이래도 마스크를 쓰면 바이러스를 차단할 수 있으니 좋다고? 결론은 면역 저하인데?
정기석 교수의 발언은 이렇게 자기모순성을 띠고 있음에 틀림없다. 마스크 장기간 착용으로 면역이 저하되어 '트윈데믹'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면서 마스크가 독감을 막아 주었으니 써야 한다고 말하고 있으니 답답하기 짝이 없다. 정기석 교수의 말대로라면 이번 트윈데믹을 잘 넘기기 위해 마스크 착용은 필수적인데(=마스크 의무 착용 조치는 당분간 유지돼야 하는데), 그렇다면 다음 트윈데믹은 마스크 없이 어떻게 넘기라는 것인가? 다음 트윈데믹이 심각하지 않으리란 보장은 어디에 있으며, 그때에 가서는 마스크 착용이 의무가 아니어도 별 문제가 없는 것인가?
지금 방역 정책에 관여하고 있는 전문가들은 심각한 내적 모순에 부딪혀 있다. 마스크의 바이러스 방어 효과는 절대적이라면서 그 마스크가 오히려 바이러스(질병) 저항성을 떨어뜨려 결국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도 안 되는 결론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트윈데믹이 걱정된다면 진작 마스크 의무화 조치를 해제하여 하루빨리 바이러스와의 접촉이 활발하게 했어야 했고, 그 과정을 통해 마스크로 인해 떨어진 질병 저항성이 제고되게 했어야 했다. 그런데 전문가란 이들은 꾸준히 '통제'를 언급했고, 그러는 중에 슬슬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고개를 내미는 듯하니 '마스크가 없으면 안 된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엄중하게, 진지하게 묻고자 한다. 이게 과연 전문가로서 합당한 태도인가? 이리도 무책임한 언사를 쓰는 것이 시의적절하며 바람직한가 이 말이다.
실제로는 바이러스가 독감을 막아준 게 아니라 코로나 바이러스의 세(勢)가 워낙 절대적이라 독감이 기를 못 펴고 있었던 것이며, 지난 몇 년간 독감 검사는 안 하고 오로지 코로나 바이러스 검출 여부를 판명한다는 PCR 검사만 했으니 독감이 아예 유행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모두가 빠지게 된 것이다. 이런데도 마스크 지상주의자들이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으니, 도대체 얼마나 더 그 부질없음을 일러주어야 하나?
위증중률과 사망자 수를 고려해도 코로나 바이러스는 더 이상 위협적이지 않다. 매일 수를 세니 사람들이 이에 과민 반응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그럼에도 달라진 현실을 아직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들을 어찌해야 하나? 그들로 인해 한국은 여전히 방역과 마스크 지옥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거늘, 변할 기미조차 보이지 않으니…….
2023년까지 마스크 없이는 일상생활을 영위하지 못할 거라는 내 비관적 전망이 이렇게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니…정말 답이 없다. 이딴 게 무슨 과학 방역이란 말인가? 윤석열 정부와 그 지지층, 그리고 질병청은 감히 과학 방역을 입에 담지 말라. 과학 방역 따위는 존재하지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