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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CY Sep 20. 2022

마스크 놀이, 대체 언제까지?

질병청의 결정은 이미 정치적일 뿐, 과학적이지 않은 지 오래다.

서울 시내를 다녀 보면서 느낀 바는, 사람들이 더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전처럼 심각하게 대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 글에서 언급했다시피 마스크 착용은 완전히 '규칙을 위한 규칙'으로 전락해버렸고, 지하철의 경우 통로에서는 마스크를 턱에 걸치거나 아예 벗고 있는 사람들이 종종 보인다(물론 '탑승 시'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마스크를 올린다). 이런 경험이 여러 번 계속되니 '국민의 과반은 여전히 바이러스를 두려워한다'는, 불과 한두 달 전만 해도 확고했던 생각이 점차 깨지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마스크 착용에 있어 모든 국민이 '전국 단위의 눈치 게임'에 참여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누구 한 명만 벗으면, 그래서 우르르 벗기 시작하면 해결될 문제인데 정작 이를 방해하는 건 3년간 마스크를 착용해 옴으로써 마스크가 없으면 허전함을 느끼기에 이른 개인의 심리와 더불어 아직도 굳건히 지속되고 있는 마스크 착용 의무화 행정명령 두 가지다. 누군가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이에게 '마스크를 써 달라'는 말만 하면, (실수로 그랬을 경우) 화들짝 놀라며 무슨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반응하는 모습은 한국인이 정부 지침과 사회적 인식에 완전히 장악당한 현실을 보여준다 할 수 있다.


실외 마스크 의무화 해제도 사실상 무의미하다. 현대 사회의 인간은 옛 농경 사회처럼 밖에서 온종일 일하는 존재가 아니다. 절대 다수가 건물 안에 최소 8-9시간은 있는다. 이런 상황에서는 '건물 밖에선 안 써도 된다' 발표해 봤자다. 어차피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건물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 사람들 입장에선 벗고 쓰는 게 귀찮아 계속 착용하는 편을 택한다. 아예 5월을 기점으로 마스크 착용을 전면 해제했더라면 인플루엔자(독감) 바이러스와 코로나 바이러스의 동시 유행을 염려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고, 마스크를 쓰면 바이러스가 차단되지만 정작 바이러스를 접촉하지 못해 면역이 낮아졌으므로 결국 마스크를 쓰지 않을 수 없다는 헛소리도 안 할 수 있었을 것이다(이 내용에 관해서는 정기석 교수님, '내년 봄'이라니요??를 참고하시라).


이를 통해 명백히 드러나는 바는, 질병청의 결정은 더는 과학적이지 않으며, 오히려 정치적이라는 사실이다. '과학'에 근거했다는 판단이 더는 유효하지 않음에도 자꾸만 '과학'에 근거했다고 하는 것은, 그들이 무지하거나, 아니면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둘 중 하나다. 내 생각에 질병청 관계자와 방역 전문가란 이들은 무지의 영역에 속하지는 않는다(사실 이는 믿음과 바람의 영역에 더 가깝다. 석박 학위 소지자들인데 설마 무지할까 싶어서다.). 그렇다면 답은 나와 있다. 그들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퍼질 대로 퍼져 도저히 손쓸 도리가 없는 바이러스를 두고 자꾸 확산을 차단해야 한다 말하는 것도 무지해서라기보다도 그들이 채택해 왔던 기존 방식이 잘못되었다 인정할 마음이 없어서 그런 것이라 봐야 하며, 감염자가 공식적으로 2440만 명이 나왔음에도 마스크가 바이러스 차단에 절대적 효과를 갖고 있다 말하는 것 또한 그들이 마스크가 매우 효과적이라는 가정에 부합하는 식으로 도출된 연구(실험) 결과를 절대시하고 있음에 따른 결과라고 봐야 타당하다. 사실 2440만이 '공식적으로' 집계됐다면 무증상 감염자까지 포함할 경우 3000만 명 정도는 감염 전력을 갖고 있다고 봐야 하며, 한 숙주를 통해 최대한도로 전파될 수 있는 수치를 고려하면 이보다 더 많은 이가 감염되었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해묵은 '확산(감염) 차단' 타령을 해대니, 그들은 자신들이 지독히도 비과학적이며, 심지어는 현 방역 체계와 마스크 착용에 대해 종교 수준의 믿음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기는 할까 싶다.


근래에 송파의 롯데월드몰에 적이 있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모두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을 때, 외국인 남성 두 명이 당당히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로(정확히 말하면 아예 마스크를 갖고 있지도 않았다) 내부를 활보하모습을 보았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는데, 웃긴 건 직원들은 그들을 제지하지 않았다는 점이. 다만 그들이 모 브랜드 매장에 들어가려 하니 핸드폰으로 무슨 (QR인지 모를) 코드를 보여달라는 듯한 손동작을 취할 뿐이었다. 그 두 남성을 보며 난 생각했다. '저 사람들은 이 나라가 돌아가는 꼴이 얼마나 우스울까?' 모두가 정부에서 하라는 대로, 심지어 중장기 체류 외국인뿐만 아니라 단기 체류 외국인마저도 이 비합리적인 조치를 따르고 있지 않나? 이런데도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 말할 수 있나 싶다. 이 격언은 하루빨리 퇴출시키는 게 바람직하다.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무슨 일상 체계로의 전환에 6개월이 걸린단 말인가? 그냥 한 번 결단하면 바로 해결될 일을 갖다가 6개월이란 자의적인 시간을 설정하여 그 안에 일상으로 전환해야 한다 말하는 것이야말로 비과학의 극치가 아닌가? 그럴 바에야 아예 1년이라 하지 그랬나? 6개월이라니, 기가 차서 실소가 절로 난다. 더군다나 방역 정책 수립 및 집행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인물 중 한 명이 마스크 의무화 해제도 단계적으로 하자는 의견을 밝히는 것을 보며(https://view.asiae.co.kr/article/2022091916111332016 참고)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마스크 강제 착용의 장기화로 인한 영유아의 호흡 문제와 면역 문제, 그리고 언어 인식 및 인지 발달 문제는 모두가 마스크를 벗어야 해결되는 동시다발적인 차원이지 결코 하나씩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호흡 문제야 그렇다 치고, 아이들이 언어 및 인지능력을 키우려면 어른들도 마스크를 벗어야 한다. 마스크에 가려진 어른의 얼굴과 입모양을 어린 아이들이 인지할 수 있나? 얘네들이 단체로 독심술이나 천리안을 보유하지 않은 이상에야 절대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진작 폐지했으면 되었을 것을 향후 (최소) 6개월질질 끌려 하고, 그것도 모자라 '단계적으로' 하겠다 하니, 자신들의 과오와 실책을 인정하는 것이 이리도 어렵나 싶다. 뭐, 생각해 보면 어려울 것 같긴 하다. '내가 잘못했소' 하고 고백하는 것에는 엄청난 용기가 수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일은 차원도 규모도 다르다. 소수의 전문가에 의해 한 사회와 국가의 방침과 행동, 인식이 좌우되어오지 않았나? 그렇다면 실수를 인정하는 것 또한 빨라야 한다. 하지만 한국의 전문가들과 방역 당국 관계자들은 그토록 빠르다던 한국의 행정 처리 체계와는 정반대로 행동해 왔다. 그러니 언론에서 "우리'' 내년에 마스크를 벗을까?"란 제목으로 머릿기사를 내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처사인 셈이다. 왜냐, 우리'' 내년에 마스크를 벗게 생겼기 때문이다. 옆나라 일본과 건너편 대만, 강화형(强化型) 한국식 방역(=제로 코로나 정책)을 보여주고 있는 중국에 대해선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 한국이 당장 문제인데 뭘 다른 나라 트집을 잡나?


앞선 글에서 밝혔듯 한국의 현 상황을 고려할 때 관건은 정부의 판단이다. 이런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개인과 사회 분위기는 결코 몇몇 사람의 과감한 결단으로는 바뀌지 않는다. 버스 기사는 법을 근거로 승차를 거부할 것이고, 여전히 바이러스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마스크 미착용자를 보고 신고할 것이다. 물론 마스크 착용이 '전국 단위의 눈치 게임'이 된데다 이젠 너무나 당연해져서 별로 신경도 안 쓰는 상황이 된 지도 오래라 남이 안 쓴다고 얼마나 이를 의식할까 싶기는 하지만, 근 3년간 마스크 착용은 거의 세뇌 수준으로 한국인의 뇌리에 각인되었기 때문에 이를 걷어내기 위해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그 특단의 조치 중 최소 수준치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정부 마스크 착용 의무화 행정명령 공식 철회인데 유감스럽게도 그럴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이니 답답할 뿐이다. 그리도 서구 선진국을 따라가기 위해 안간힘을 써 왔고, 여전히 그 인식에는 서구 지향적 가치관이 깊게 박혀 있음에도 왜 방역 중단(포기)에 있어서는 반대로 가는 것인가? 이래놓고 다 실패해 폐기 처분을 해도 모자 방역 체계를 유지하며 '방역 선진국'이라 자위하고 있으니…이런 나라에서 무슨 장밋빛 미래를 논하겠다는 건지 원, 당최 이해할 수가 없다.


오늘도 마스크 없이는 마음대로 행동할 수 없는 가련한 한국인에게 깊은 유감을 표하는 한편, 이 모든 상황은 결국 우리 모두(물론 이런 상황을 거부하는 '용감한 소수'는 전부터 있어 왔)가 만들어 왔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하고자 한다. 제 포승줄에 제 손이 묶인 꼴이니, 누가 누굴 탓하랴?

그놈의 '확산 방지' 타령, 이 정도면 중병이다.

*대표사진 : MBC 디오스타, 2016년 9월 16일 영분, 배우 한철우

(https://youtu.be/6klzaED4S44,  

해당 영상 갈무리(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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