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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CY Sep 16. 2022

결국 '방역 당국의 결단'을 기다려야만 한다.

유행 상황을 보도하는 언론에서 보이는 수동성, 현 한국인의 모습과 같다.

근 며칠간 정기석 한림대 교수 겸 국가 감염병 위기 대응 자문위원장의 발표에 온 언론이 들썩이고 있다. 그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코로나 바이러스의 동시 유행을 경고함과 함께 '노 마스크' 조치의 검토(고려)를 언급하면서 모든 언론에서 관련 내용을 보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이번 동절기 코로나19 확산이 불가피하다면서도 영국·독일·프랑스·이스라엘·미국 등의 실내 '노 마스크' 조치 등을 언급하며 "우리나라만 뒤쳐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정 단장은 "우리나라는 교역으로 국민 부의 대부분이 이뤄지는 나라기 때문에 전 세계에 대한 추세에 떨어졌다가는 그만큼 늦어지게 된다"며 "특히 경제나 사회, 문화적인 활동이 뒤쳐지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 계산으로는 앞으로 한 6개월 정도 뒤면 그런 활동이 재개될 때가 올 것"이라며 "여러 자문위에 있는 전문가 등과 함께 방역상황을 살피면서 논의를 하고 의견을 모아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 완화전략의 시기와 속도, 정도 등을 논의는 하되, 지금까지 잘 해온 방역기조가 흐트러져서는 절대 안 되겠다"고 당부했다.

>>https://newsis.com/view/?id=NISX20220916_0002015509&cID=10201&pID=10200 
해당 기사에서 발췌

이런 식이다.


내가 언론 대해 지속적으로 의문을 제기해 왔던 것은, 언론에서 과연 코로나 바이러스 유행 상황을 현실적으로 인지하고 있느냐는 점과, 방송 및 신문사에서 진정 '언론'으로서 정부 정책의 잘잘못을 따지고 있느냐는 점이었다. (해당 내용은 언론에선 왜 정부의 방역 정책을 비판하지 않을까?에서 언급한 바 있음) 그 어떤 주류 언론도 정부(방역 당국)의 바이러스 대응에 대해 한 마디 말조차 꺼내지 않았으며, 그저 질병관리청 또는 방역 전문가라는 이들의 발표를 받아 적는 수준에서 그쳤기 때문이다. 방역 당국의 조치가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목적에 합치하는지, 애초에 '감염 확산'이란 목표가 현실적이기는 한지에 대해서는 침묵할 뿐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가 코로나 19 대유행 사태가 종식을 향해 가고 있다는 발언을 함과 함께 정기석 교수가 '6개월 발언(6개월 뒤면 전 세계적으로 경제, 사회, 문화 활동이 재개될 것이므로 우리가 이에 뒤쳐져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꺼내자 또 다시 받아쓰기 물결이 펼쳐졌다.


이런 행태를 보며 든 생각은 하나뿐이었다.

'이 사람(=언론, 언론인), 도대체 생각이란 걸 하는 건가?'


언론의 역할에는 절대 '사실 받아쓰기'만 있지 않다. 그네들이 그토록 강조하는 '정론직필'에 부합하면서도 다수 의견에 가려진 이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것이야말로 사실을 전달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역할이다. 그런데 언제 언론이 방역 정책에 비판적 시선을 내비치거나 이를 지적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전달한 적이 있었나? 유감스럽게도 없다. 그저 정부에서 위기 타령하면 그걸 그대로 받아적는 행태를 반복해 왔다. 한데 뭔가 분위기가 바뀌는 것 같으니 태세를 전환하는 모습을 보임에 실소를 금할 수가 없는 것이다.


한국 언론은 지나치게 사실 전달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 같다. '팩트 체크(사실 확인)'를 좋아하는 것도 이런 면에 해당한다.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차단은 전국적으로 바이러스가 퍼짐과 동시에 불가능해졌다는 것 또한 주장이 아닌 사실이며, 지난 2-3월 오미크론 대유행을 거치며 '확산 차단'이란 목표는 완벽히, 그리고 철저히 실패했다는 것 또한 사실임에도 이를 보도하는 언론은 적어도 주류에 한해선 없었다. 그저 소수 언론으로서 비주류 내지 극단주의 언론으로 찍혀 대중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곳에서나 이런 내용을 기사로 실었을 뿐이다.


정기석 교수는 자꾸 6개월 타령을 하는데, 정기석 교수님, '내년 봄'이라니요??에서 언급했듯 내년 봄이 되면 상황이 좋아질 것이라는 단언은 도대체 무엇을 근거로 하는 것이며, 그렇게 따지면 전임 정부 시절부터 계속되었던 '이번이 고비', '올해가 고비'라는 발언은 또한 무엇을 근거로 했던 것인가? 그야말로 대국민 사기나 다름없는 언사가 아니었나? 또한 정 교수는 '이번 11월에는 전 국민적으로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도 했는데(https://www.news1.kr/articles/4804360 참고), 그토록 방역 수칙을 금과옥조로 지키고 위생 관리도 철저히 해 온 절대 다수의 한국인의 면역이 왜 유독 11월에 이르러 크게 떨어질 것이라 하는지도 의문이다. 감염자는 꾸준히 나오고 있고, 재차 또는 삼차 감염자도 심심찮게 나오는 상황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국민적 저항성이 떨어진다고 말하는 근거는 대체 무엇인가? 마스크는 바이러스 감염을 막아줄 수 있는 최대한의 수단이라고 하면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어 있는 현 상황에서 면역이 떨어질 일이 대체 왜 있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물론 매년 겨울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이를 마스크가 막아준다면서 정작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접촉하지 못함으로 인해 (아이들의) 면역이 약해진 상황이라 말한 건 정기석 교수 본인이었다. 그렇다면, 그렇게 팩트 체크를 좋아하는 언론은 그의 발언에 내적 모순이 있음을 간파하고 이를 지적해야 했음에도 역시나 그들이 그토록 능한 받아쓰기에나 혈안이 되어 있으니 당최 비판을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다.


지금까지 방역에 관해 브런치에 올린 글만 30편이 넘는다. 나는 감염병이나 바이러스를 주요 분야로 하는 (의)학자도 아니고, 그저 정치적인 것에 관심을 갖고 있는 한 일반인으로서 사실 다룰 수 있는 건 거의 다 다뤘다. 즉 방역 정책에 대한 글에 있어서는 한계에 봉착한 셈이다. 그러므로 더는 특별히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방역 당국과 전문가라는 이들은 도무지 자신들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려 하지를 않고, 언론은 뭐가 문제인지를 지적하기는커녕 오로지 '사실을 보도하는 역할'에만 충실하고 있으니, 진작 이런 모습을 비판하는 글을 썼음에도 동일한 내용을 여러 번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언론의 수동적인 모습은 사실 한국인의 현 모습과 정확히 일치한다. 그 누구도 마스크를 과감히 벗어던지지 않으며, 그저 정부에서 의무화 조치를 해제해줄 것을 바랄 뿐이다. 만약 어떤 이가 자신의 판단에 의거하여 마스크를 벗은 채로 대중교통에 탑승할 경우, 일단 일차적으로 버스 기사에게 승차 거부를 당할 것이고, 지하철에 그 상태로 타면 누군가가 교통공사에 신고하여 지하철 보안관이 출동, 마스크 착용을 요구할 것이다. (직접 보고 또 경험한 바라 단언할 수 있다.)

방송을 진행하는 이는 '정부에서 허용했다'는 이유로 마스크를 벗고 실내에서 열심히 제 할 일을 하지만, 정작 그렇지 않은 이들은 '정부에서 허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는 논리부터도 정부에 의존적인 태도를 드러낸다. 정부에서 죽으라 하면 죽을 것도 아니면서, 이런 모순적인 지침은 지적하지 않고 오로지 '하라는 대로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부끄럽지도 않나 모르겠다. 도대체 언론이란 무엇이며, 왜 존재하는가? 이른바 '코로나 시국'에 언론은 스스로의 역할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한 적이 있기는 한가? 현상(現象)으로 볼 때, 한국 언론은 한국인의 인식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참으로 개탄스럽다. 스스로 결단하여 행동하는 이들은 '정부 지침을 어긴다'는 이유로 백안시하면서, 정작 정부에서 하루빨리 정책 철회 여부를 결단해주기를 바라는 모습이 참으로 눈물겨우며,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의 목소리는 전혀 반영하지 않는 그 독선적 태도에 박수갈채를 보낸다.


이런 상황과 모습에서 도출할 수 있는 결론은 하나뿐이다. '기다릴 수밖에 없다'가 바로 그것이다. 한국인은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지침을 내려주기 전까진 그 어떤 자적 행동도 취하지 않을 것이고, 한국 언론은 받아쓰기 시험에서 100점을 받고자 끈질긴 노력을 이어갈 것이다. 정작 그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현행 지침'에 저촉되는 행동을 하는 이들을 두고는 '제가 뭔데 하라는 대로 안 하느냐' 비난하며 그들을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볼 것이고, 전부터 방역 중단과 마스크 착용 의무화 행정명령 폐지 요구해 온 이들은 거들떠도 안 볼 것이다. 이런 국민과 언론에게 무엇을 기대하랴?


아마 한국에서 올해 안에 마스크 의무화 조치가 해제될 가능성은 상당히 낮을 것이다. 방역 당국의 발표와 전문가들의 발언이 사실상 입법-사법-행정권 위에 있는 현 상황에서 전향적 조치가 내려질 것 같지는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마스크 의무화 조치 해제가 발표되는 날, 한국 언론은 늘 그래왔듯 정부의 발표를 열심히 받아 적을 것이고, 사람들은 '드디어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마스크 의무화 조치를 해제했다'며 좋아할 것이다. 물론 이를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적지는 않겠지만.


그렇다. 세계에서 제일 늦게 마스크 없이 살아갈 수 있게 되었음에도, 이마저 'K방역의 눈부신 성과'라며 자화자찬할 이들이 한국인이자 한국 언론임을 그때 가서 확인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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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마치면서 모든 한국인에게 묻고자 한다.

'왜 우리는 정부에서 우리의 일상을 되찾아줄 것이라는 환상에서 헤어나오려 하지 않는 것인가?'

'비상이고 일상이고가 정부의 발표로 결정되는 것이라면, 도대체 우리의 판단에는 무슨 의미가 있나?'


이것만큼은 분명하다.

착각해서는 안 된다.
일상은 정부에서 회복시켜주는 것이 아니다.
내, 그리고 우리의 손으로 직접 되찾아야 하는 것이다.
그 첫걸음은 마스크를 과감히 내려놓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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