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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CY Dec 29. 2022

더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걸까?

답답하고, 화가 나며, 두렵다.

나갈 일이 있어 버스에 올랐다.

얼굴 위엔 어김없이 마스크가 올려져 있었다.


두 번째 버스로 갈아탔을 때,

마스크를 쓰지 않은  서 있는 사람이 보였다.


그를 보자마자 나는 흠칫했고

곧바로 '저 사람 뭐지?'란 생각이 들었다.

의지와 무관한, 반사적인 것이었다.


그토록 마스크 없는 삶을 바라 왔건만,

정작 나조차도 바뀐 삶에 익숙해졌기에

당연했던 모습조차 낯설고 '이상'하게 느 나를 발견했다.


대중교통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이를 보면

이제는,

남 생각 전혀 안 하는 사람이거나

심지어는 정신이 온전치 않은 이가 아닐까 하고

나도 모르게 낙인을 찍고 단정을 짓는다.

내가 끔찍이도 싫어하는 짓을,

너무도 쉽게 자행하고 마는 것이다.


마스크가 얼굴을 덮고 있느냐의 여부가

그 인간의 됨됨이 내지 병환 유무로 연결되고 마는

잔인하고, 또 뒤틀린 세상, 그리고 나.


이런 스스로가 너무나 싫다.

이리 생각하는 것이 당하다,

옳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이미 변해버렸다.


이토록 열심히 소리 없는 아우성을 쳐 왔음에도

타인과 사회가 강요한 대로 누군가를 바라보는 내 자신을 목도할 때마다,

모두가 바란다는, 바라야 한다는 '마스크 없는 삶'

정작  자신이 밀어내 왔음을 깨달을 따름이다.


씁쓸하다.

화가 난다.

원통하다.

답답하다.


일상은, 아무래도 돌아오지 않을 것만 같다.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고, 표정을 읽는 삶이란

그저 과거의 일로 남을 것만 같다.


달라진 것이 '옳은 것'이 돼버린 한국 사회에서

내게는 진정 '다른 삶'을 추구할 자격이 있을까?


아,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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