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확산 이후 대면 접촉에의 거부감이 커지면서 배달을 시키거나 포장하여 음식물을 섭취하는 횟수가 매우 높아졌다. 이에 따라 수많은 일회용품이 소비됐다. 그렇다고 환경을 생각한다면서 집에서 용기를 가져가서 포장해 오는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최대한 사람을 접촉하지 않을 의도로 포장하는 건데 용기를 가져가면 상대적으로 조리 시점도 늦춰지고, 그만큼 매장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이었다. 커피숍(=카페)의 경우, 일회용품 배출을 줄이기 위해 유리컵으로 음료를 내주는 정책이 시행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 사태가 터지자 매장에서 마시고 가는 사람에게도 '감염 위험'을 이유로 일회용 플라스틱 컵에 음료를 담아주었다. 아예 정부에서 그렇게 하도록 허용해 주었으니 쓰레기가 안 나오게 하려야 안 나오게 할 수가 없었다. 배달은 말할 것도 없다. 뻔하게도 모든 음식이 일회용품에 담겨 배달됐다. 주문 횟수가 늘고 이를 배송하는 오토바이 수가 늘수록 쓰레기의 양은 끊임없이 늘어만 갔다.
모두가 감염을 막기 위해 착용하는 마스크는 오죽하랴? 사실상 전 국민이 마스크를 2년 넘게 쓰며 살아왔다. 한국 인구를 반올림하면 약 5천2백만 명으로, 하루에 폐기되는 양만 보수적으로 잡아도 4천만 장을 상회할 것이고, 하루에 두세 장 쓰는 사람도 있(었)음을 고려하면 저 수치가 결코 현실성 없지는 않단 결론에 쉬이 도달할 수 있다. '나'와 '너', '우리'를 지킨다며 착용을 강제당한 이 마스크가 정작 '나'와 '너,' '우리'의 삶의 터전을 오염시키는 주범이 된다는 사실에 과연 사람들은 불편함을 느꼈을까? 설령 느꼈다 해도, '어쩔 수 없다'며 그냥 넘어가는 이가 대다수였을 것이다.
기후 위기 시대를 맞이한 21세기의 인류는 어떻게든 기존 삶의 방식을 전면 재검토하거나 대폭 수정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처했다. 그런데 바이러스 대유행 시대, 인간은 기후 위기 문제는 개나 주라듯 열심히 일회용품(=쓰레기)를 배출해냈다. 일회용품 생산 시부터 탄소가 상당히 배출되는 점도 문제지만 쓰레기를 죄다 태울 수는 없으니(그리하면 당연히 대기가 오염됨) 결국 땅에 묻거나 바다에 버리는데, 이것이 토양오염과 해양오염을 야기하여 지하수 오염 및 해양 생태계 훼손이란 결과로 이어지므로 여러모로 생태계 최상위에 있는 인간에게 악영향을 끼친다. 안 그래도 수서생물의 체내에서 검출되는 미세 플라스틱 문제가 심각한 수준인데, 그 심각함은 배출되는 쓰레기의 양에 비례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지난 9일, 20대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2020년 4월 15일에 있었던 21대 총선에 이어, 역시나 어마어마한 양의 비닐장갑이 '바이러스 전파 방지'란 미명 하에 버려졌다. 손 소독제만 써도 족할 텐데 굳이 그렇게 했다. 그것이 궁극적으로는 인간에게 독이 될 것을 앎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사실 불필요하게 일회용품이 쓰이는 예시를 꼽자면 끝도 없다. 셀프 주유소, 결혼식장 뷔페를 필두로 각처에서 소비되는 비닐장갑도 환경 오염에 제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처럼 어떻게든 바이러스를 피하려는 인간의 욕구는 산적해 있는 기존의 문제를 해결하긴커녕 오히려 키우고만 있다. 당최 이 사태가 언제쯤 끝이 나려나 싶지만, 그보다도 계속해서 훼손되고 있는 자연은 언젠가 인간에게 복수라도 하듯 지금보다 큰 문제를 일으킬 것이고, 인간은 그 문제 앞에 다시금 무릎을 꿇을지 모른다는 것이 제일 염려스러운 바다.
사람이 모든 것을 다 손에 넣을 수는 없다. 하나를 얻으려면 불가피하게 다른 하나를 손에서 놓아야만 한다.
인간은 감염 방지와 환경 오염 개선이라는 두 가지 선택지 중에서 앞의 것을 택했다. 이제 그 결과를 감당해야 할 차례가 오고 있다.
-사진 : https://www.gjdream.com/news/articleView.html?idxno=6049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