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낳은 사회 문제 <1>
더욱 심해진 남 탓
코로나 바이러스 대유행은 어김없이 현재 진행형이다. 이틀 전(16일)에는 무려 62만 명이 감염자로 집계되었으며, 3월 18일 0시 0분 기준 누적 확진자는 약 870만 명(8,657,609명)으로 전 국민의 약 6분의 1이 감염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일일 감염자 수와 위중증 환자 및 사망자 발생 현황을 들어 방역을 강화해야 한다는 이들과 이전 변이에 비해서 제볍 낮아진 오미크론의 치명률과 장기간 지속된 영업 제한으로 인한 경제난, 개인의 자유의 제한 등을 이유로 완화 혹은 방역 전면 중단을 외치는 이들이 갈등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의견 대립을 차치하고서, 방역을 명목으로 외면했거나 오히려 방역으로 인해 직면하게 된 현실을 돌아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방역 과정에서 발생한 여러 문제가 방역을 위해선 불가피한 것 취급을 당할 만큼 가벼운가?'란 의문 앞에 자유로울 이는 단 한명도 없기 때문이다.
비록 이런 비판과 고찰은 분명 다수에게 불편함으로 다가올 것이나, 그것을 감수할 만큼, 또는 그 이상으로 유의미하다는 판단으로 '코로나가 낳은 사회 문제'란 주제로 글을 올리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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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코로나 사태로 남 탓이 더 심해졌다.
이는 확진 판정을 받으면 즉각 격리시키는 정책으로 인해서였다. 모두가 격리 대상에서 예외가 아니었고, 일상을 영위하기 위해선 어떻게든 감염되지 않아야 했다.
혹여 감염됐을 경우, 나보다 앞서 감염되어 내 일상을 멈추게 한 '그 사람'에게 비난이 가해지는 건 유감스럽게도 당연했다. 어느 누구도 '방역 정책'이란 망(網)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었다.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은 그 즉시 '피의자'가 됐으며, PCR 검사에서 양성이 나오자마자 죄인이 됐다. 아니, 이미 접촉했다는 이유만으로 '죄인' 취급을 받았다. 아무 죄도 짓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방역 정책은 필연적으로 감염자와 미감염자를 나누었고, 사회적으로 소수인 감염자는 '집단의 논리'에 의해 다수인 미확진자에게 '방종하는 이', '타인에의 배려심이 전혀 없는 이', '정부 지침에 따르지 않는 이'로 찍혀 지탄을 받았다.
그렇게 최초로 전 국민의 비난을 받은 대상은'신천지 예수교 증거장막성전'이라는 종교 집단이었다(개인적으로는 신천지가 사교邪敎 집단이란 견해를 견지한다). 솔직히 그때를 생각하면 모두가 부끄러워해야 한다. 나 또한 처음 집단 감염이 시작되고서는 그들을 어마어마하게 비난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것이 부질없는 일임을 깨닫긴 했지만 이미 말은 뱉은 뒤였으니 변명할 마음은 없다.
냉정히 말해 그 누구에게도 그들을 비난할 자격은 없었으나 다들 스스로에게 그런 자격이 있는 것처럼 굴었다. 신천지가 일반적 의미의 종교의 범주에 들지 않는다는 점은 둘째 치고, 감염 자체는 결코 그들의 탓이 아니었으므로 그들이 밀집된 공간에서 집회를 했고, 그것이 전파의 원인이 됐다는 이유만으로 비난을 해서는 안 됐다. 하지만 '나름 평온했던 대한민국 이곳저곳에 바이러스를 퍼뜨린 원흉'이란 명목으로 신천지와 그 신도들은 난도질을 당했다. 사이비 종교가 일으키는 사회 문제에는 내 일이 아니란 이유로 관심도 없던 이들이 '바이러스 감염'이란 문제 앞에선 금세 하나 되어 그들을 비난하고 욕했던 것이다. 그것이 선진 민주시민임을 자처하던 한국인의 뜨거운 민낯이었음은 결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바이러스 감염이 그 누구에게 예외가 될 수는 없음을 온전히 인지했다면 누군가를 함부로 비난하는 일은 일어나선 안 됐다. 그러나 이러한 '낙인 찍기'는, 지난 2년간 대한민국에서 '보이지 않는 폭력'으로 횡행했다. 설령 그것이 초유의 바이러스를 대하는 사람들의 불가피한, 또는 당연한 반응이었다 할지라도, 이성을 잃은 이들의 광기는 실로 바이러스보다 공포스러웠다.
훗날 사람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그때 자신의 모습을 싹 잊고 살 것이다. 그러나 불미스러웠던 과거를 기억하지 않는 이가 아름다운 미래를 바라는 것만큼이나 어리석은 처사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