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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CY Jul 30. 2023

어리석고 위험한 생각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위험하고 문제를 일으키는' 개인이나 집단에 법적, 사회적 제재를 가하기만 하면 문제가 해결되고 상황이 정상화된다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들이 의식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이는 철저히 기능론적인 입장이다.

멀쩡히 흘러가는 세상과 사회의 흐름을 거스르는 이들, 방해하는 집단에게 철퇴와 응징을 가하면, 아무 문제도 없을 것이란 생각.


그러나 이는 착각이다.


가장 어리석고 위험한 생각은, 바로 그 문제의 개인과 집단이 '나' 또는 '우리'와 멀리 떨어져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어떤 부정적 개인이나 상황을 자신과 멀리 두려 할수록, 끊임없이 이를 해결하기 위한 극단적인 대응을 요구하게 되며, 그런 특수한 사례를 해결하기 위해 보편적 가치를 무시하는 태도가 강하게 형성된다.


이는 다 그들을 '타자화'하기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그들은 언제나 '우리'에 속해 왔다.

그들이 '우리'에서 분리된 적은 없었다.

이 나라에 나고 자라 살아온 이상, 그들은 줄곧 '우리'의 영역에 있었다.


그런 그들이 악을 저질렀다 해서 '우리'와 멀리 떨어져 있는 존재로 상정하는 것은,

'악'을 나와 멀리 두겠다는 것과 같다.


너무나 중대하고 심각한 착각이다.

악은 언제나 모두의 곁에 도사리고 있다.

이를 직시하고 인정하지 않는 이상, 사람들은 마치 그들을 배제하고 축출하는 것만이 진정한, 그리고 유일한 해법이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일을 저지른 사람도 문제지만, 근본은 '모든 인간'의 내면에 내재된 악 때문임을 외면한다면,

이 사회는 '악'으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필수적인 개개인의 노력은 도외시한 채,

앞으로 계속해서 분리, 격리, 제재, 형벌만을 추구하게 될 것이며

자기 자신은 마치 악과 무관한, 선량한 사람이라는 주문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이런 발언과 인식은, 오히려 사회 전반에 불신을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만 증폭시킨다. 즉, 나와 사회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누군가의 고통은 나의 일처럼 여기고 아파하면서 (그마저도 그 사건에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정작 누군가가 저지른 악행은 순전히 남의 일로 여기고 비난하기에 급급한 사회,


난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타인의 고통이 나의 것이라 여긴다면, 타인의 악(행)도 나의 것이라 여길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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