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어?!" 하는 동생의 말을 들을 땐 이미 늦은 후. 약도 바르고 소독도 했지만 자꾸 핥아대는 바람에 의미가 없었고, 피는 한참을 흘렀다. 이놈의 집구석은 하필 왜 또 편벽한 곳에 있단 말인가. 일이 생겨도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데다 차도 없으니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그저 피가 멈추길 기다리는 수밖에. 곳곳에 피를 묻힌 후에야 피가 멈추었다. 더 못 핥도록 카라를 씌워 놓았는데, 중성화 수술을 한 지 일주일 된 것이 겨우 이틀 전이었기에 그저 미안할 따름이었다. 이번엔 잠깐이긴 하지만, 조금만 얕게 깎았으면 일어나지 않을 일이었으니. 이렇게 내가 키우는 동물에게도 미안한데, 사람이 사람에게 내는 상처는 정작 얼마나 미안하게 생각하나 싶었다. 사람이 귀하다 하면서 실제론 사람보다 다른 것을 귀히 여기는 이가 사람 아니던가.
이런 저런 이유와 핑계를 갖다대며 누군가에 상처를 내는 행동을 서슴치 않는 이들이 이 세상에는 참 많다. 인간이기에 그러는 것이지만, 그래서 더욱 잔인하단 생각이 들었다. 동물이 동물을 죽이고,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것보다 더 아프고 처참한 일은, 누군가의 살과 마음을 후벼파는 것이란 생각. 사랑스런 우리 집 고양이의 빨갛게 물든 뒷발을 보며 내가 상처를 주었을 이를 떠올린다. 뒤늦게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 한들, 이에 무슨 의미가 있을지. 후회하지 않으리라 늘 다짐하지만, 지나는 길 곳곳에 후회를 흘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