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다 안다는 착각. 너를 다 안다는 착각.

by 따순밤


우리는 모두,

아주 먼 곳에서 흘러온 별빛 같은 존재다.

저마다 자신의 세계를 둥글게 감싸 안은 채,

고요한 궤도를 따라 오래도록 떠다닌다.


아기가 태어나 엄마 품에 안겨 처음 느끼는 세계는

‘나와 엄마는 하나’라는 동일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아기는 엄마와 자신이 다른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그 불안 속에서 다시 엄마에게 매달리며

안정감을 찾으려 애쓴다.

이것이 바로 애착이론이 설명하는

인간관계의 첫 번째 세계다.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기 시작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어른이 되어간다.


하지만 가끔 내 곁에 있는 사람이

나와 아주 비슷해 보일 때가 있다.

말투 하나, 감정의 결 하나가 공명하면서


“이 사람은 나와 같은 별에서 왔구나”


하고 착각하게 되기도 한다.

그 동질감은 짧고 강한 안전감을 주고,

순간적으로 깊은 이해가 이루어진 듯 느껴지게 하기 때문에

우리는 섣부르게


“나는 너를 알아.”


라고 정의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각자의 깊은 세계가 충돌하는 지점이 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나와 같은 별인 줄 알았는데…

나는 나와 같은 별을 다시 찾아가야겠어.”


그렇게 두 별은 조용히 멀어진다.

마음이 멀어지는 이유는,

우리가 서로를 모르는 데서 오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충돌 때문이다.


나 역시 너무 쉽게

나와 같다는 착각을 하고

멋대로 사랑하고 멋대로 상처받으며

쉽게 정의하고 판단한 모든 시간들에

부끄러움과 미안함을 느낀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모두

오랜 시간에 걸쳐 자신만의 세계를 건축해 온 존재들이다.

같은 부모아래 같은 문화를 공유하며 자란 가족도

바라보는 하늘과 느끼는 삶은 서로 다르다.

그런데 어떻게 서로 다른 문화 속에 살아온 타인의 세계 전체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겠는가.


우리가 누군가에게서 느끼는 친밀감은

그 사람의 전체가 아니라

아주 작은 조각 하나에 울려온 공명이다.


“내가 이 사람을 다 안다”

고 말하는 것은

“내가 우주를 알아.”

라고 말하는 것만큼의 오만함이다.


관계 안의 안전함은 서로의 세계가 다르다는 사실,

애초에 완전한 이해도 완전한 위로도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인정하는 데서 시작된다.


우리는 평생을 걸어도 자기 자신의 세계조차

완전히 알지 못하는 존재들이다.

우리는 서로의 전부가 아닌 일부를 보고 있음을 알고, 이해한 만큼 품어주고 존중하며

함께 걸어갈 뿐이다.


그러니 쉽게 누군가를 판단함으로 상처 주지 말고

쉽게 나를 판단한 타인의 말에

상처받지 말자.


상담공부를 하며 느끼는 것은

인간을 다 안다고 느끼는 순간

좋은 상담을 할 수 없겠구나

하는 것이다.


사랑은,

내가 다 안다고 하는

온전한 이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존재를 사랑하기로 선택할 때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쉽지 않겠지만, 우리 모두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런 연습들이 쌓일 때,

나도, 타인도 더 온전히 사랑할 수 있게 되고

각자의 세계에서 빛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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