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해외여행 일정 중 와이너리나 양조장 투어를 하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그곳에 가면 와인 시음만 하고 돌아오거나, 그냥 유명하다는 맛집에 들르는 게 전부일 때가 많죠. 늘 아쉬웠습니다. 그 지역 사람들이 와인과 함께 즐겨온 음식을 맛본다면 여행이 훨씬 더 오래 기억에 남을 텐데요.
소믈리에로 일하다 보면 이런 질문을 종종 듣습니다.
“이번에 부르고뉴에 가는데, 어디 와이너리를 가야 할까요? 그리고 뭘 먹어야 하나요?”
저는 그럴 때마다 와인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 와인과 어울리는 음식까지 경험하는 것이 진짜 여행이라고 말씀드립니다. 걱정 마세요. 이번 연재에서는 음식뿐만이 아니라 와인에 대한 설명도 함께 곁들여 드릴 거예요. 어떤 포도가 자라고 어떤 풍토가 맛을 만들었는지 알면 현지 음식과 와인의 조합이 왜 특별한지 훨씬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부르고뉴의 피노 누아와 소고기 스튜, 리오하의 양고기와 템프라니요, 알자스의 리슬링과 슈크루트… 이런 조합들은 단순히 ‘잘 어울린다’는 말로 끝나지 않습니다. 그 땅의 기후와 역사, 그리고 사람들이 쌓아온 생활 방식이 오롯이 담긴 문화의 언어이기 때문입니다. 그 언어를 맛보는 순간 여행은 조금 더 깊어집니다.
그리고 꼭 여행을 떠나야만 이 이야기가 필요한 건 아니에요. 우리 주변에도 멋진 세계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들이 많습니다. 그곳에서 와인 한잔을 곁들이며 이 연재에서 다룬 배경을 알고 있다면 한 모금의 맛이 훨씬 더 깊게 다가올 것입니다.
이 이야기가 여러분의 여행 가방 속 작은 메모가 되기도 하고, 일상 속 외식 자리에 작은 가이드가 되기도 하길 바랍니다.
“이번에 보르도에 가면 정통 까눌레를 꼭 맛봐야지.”
“오늘 저녁은 프랑스 레스토랑에 가니 부르고뉴 피노누아에 소고기 스튜를 시켜봐야겠다.”
언젠가 직접 그 땅을 걸으며 와인을 마시고, 현지인처럼 음식을 즐기며, 여기서 읽은 이야기와 현실의 향기가 하나로 이어지는 순간을 만나시길 바랍니다. 그것이 제가 이 연재를 통해 드리고 싶은 가장 큰 선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