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있으시면 커피나 하자 말할 수가 없네
커피를 싫어하면 쌍화차를 좋아하면 어떡해
-브로콜리 너마저 <두근 두근>
너와 나의 세대가 마지막이면 어떡해
또 다른 빙하기가 찾아오면 어떡해
-검정치마 <Antifreeze>
2020년 기준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한국인의 연간 커피 소비량은 1명당 367잔에 다란다고 한다.
브로콜리 너마저의 노래 <두근 두근> 발매년도는 2012년 즈음,
전문가들은 10여 년 전부터 커피 시장은‘포화상태’라고 말하니
2010~2012년에는 다들 충분히 커피 마시고 다닐 때이다.
그런데 갑자기 쌍화탕이라뇨.
커피 마시자고 했는데 쌍화탕 좋아하는 사람이면 어떡하냐니요.
사랑은 사람을 얼마나 바보로 만드는지
사랑에 빠지면 멸망적 사고가 한동안은 기본 값이 된다.
서로의 신뢰가 부풀기 전까지는 사랑이라는 이유로
얼마나 수시로 빙글빙글 흔들리는지.
약 13만 년 전에 왔던 빙하기를 다시 보게 만들 정도로,
커피가 판을 치는데 쌍화탕 애호가를 만나게 된 건 아닐지 걱정할 정도로.
이렇게 양극단 적인 생각과 '어떡하지'를 빼면 연애는 남는 게 없을지 모른다
이때다 싶어 이성적 판단도 휴가를 가니, 탱탱볼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동선을 그리는 게 아마 연애인지 모른다.
헌데 불행하게도 목하 열애 중도 아닌데
평생을 수 없이 어떡하지 어떡하지 속에 산 사람이 있다면 어떡해야 할까,
쌍화탕이니 빙하기 같은 널뜀은 연애 때나 유효한 건데, 인정받는 건데
휘몰아치는 마음속을 겨우 들여다보니
그 무엇보다도 훨씬 더 극단적이고 파괴적이라
줄 곧 전전긍긍해하며 산 사람이 있다면 어떡해야 할까.
그리고 나는 그게 나라는,
멸망적인 사고가 약간은 기본 값인 인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무릎이 꺾일 정도로, 걷지 못할 정도의 어떤 일이 내게 있던 적이 있었다.
그 일은 지독하게도 내게 오래도록 있었는데
나는 그 기간을 약물치료는 물론이고 상담치료 중에서도 좀 더
고액의 비용을 지불하는 트라우마 치료를 빚을 내서라도 받으며
부들부들 떨며 하루하루를 한술 한술 뜨듯 넘겼다.
그때 나는 정신과 의사의 말을 빌리자면 완벽한 바보가 되어 있었다.
“아니 왜 그 일과 관련된 일만 겪으면 맹구가 되세요…”라고 의사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나는 그때 그 말을 울 수도 웃을 수도 없이 정신과 사고가 분리된 상태였다.
다른 때는 일반인에게 강의를 해도 될 정도로 마음관리에 탁월하신 분이…라는
말도 당연히 들리지 않았다.
그래도 지금 생각해 봐도 그땐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물론 그런 소리 들은 정도로 내가 좀 더 가긴 했나 보지만
어쨌든 그때는 정말 그럴 수밖에 없는 정신상태였다.
그때뿐인 거지 내가 멀쩡할 때도 그러는 건 아니니까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자세히 보니,
오래 보니
나는 대체로 그래 왔었다.
그러니까 나는 좀 이미 그런 경향성이 짙은 채로 그 일을 겪어서
더 심하게 반응 한 거지. 0인 상태에서 갑자기 100까지 올라간 게 아니었다.
예전에 친구가 미팅을 갔는데 차를 한 잔 받은 적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순간 이걸 엎으면 어떡하지라고 생각했다고.
안 그래도 떨리는 자리에 그 생각에 더 곱절로 떨려서 계속 어떡하지 어떡하지 그랬다는..
나는 오 이런..이라고 했고
훗날 나 역시도 그런 분야에 속하는 사람이었고
심지어 나는 굳이 차 한잔이 아니어도 그런 생각이 여렵지 않게 드는 사람이었다.
나는 알바를 할 때도, 알바를 그만 둘 때도,
버스를 탈 때도, 버스에서 내릴 때도
수많은 어떡하지 전래동화 속에서 산 것이나 다름없었다.
아주 작은 일에도 큰일이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인 것처럼
나는 불안을 그냥 두어 값어치를 잃을 게 둘 것을
순식간에 꿰내어 무게와 가치를 탄생시켜버리고 말았다.
늘 그래왔기에 늘 몰랐다.
그냥 원래 이런 줄, 다 이 정도는 생각하는 줄,
그냥 그런 줄.
이제서야 그때의 내가 어떤 상황 가운데였다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아는 정신과 의사가 왜 더 바보 같이 구느냐고
조심스레 말했는지 이제야 어렴풋이 알겠다.
나의 상황을 몰라서가 아니라 모든 걸 조합해 봐도
지금 내 반응이 너무 과하다는 걸 말하고 싶었던 거란 걸.
그리고 그런 과한 반응은 한꺼번에 커진 게 아니라 내게 은은히 내내
흐르고 있는 사고체계였음을 이젠 내가 알게 된 사실.
이 모든게 줄탁동기처럼 한번에 딱 떨어졌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나는 내게 이런 사실이 있다는 걸 알고 나서
마법처럼 그 생각에서 풀려날 수 있었다-라는 말도 하지 못하는 데 말이다.
다만 얕게 그랬었군 하며 그때의 파도를 짐작하며 탄식할 뿐,
* 출처: 한국경제 [카페10만 시대 간국인은 150년 전부터 커피를 사랑했다 [하수정의티타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