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대화의 계절, 겨울

1.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일까?

by 우산을 쓴 소녀
우산을 쓴 소녀

스스로에게 묻는다.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일까?”

혼자임에도 가득 채워진 사람은 외롭지 않다. 외로움을 외부에서 찾으려 하지 않는 사소하지만

영민한 행위 덕에 늘 주변에는 활기가 넘치고 자유로운 에너지를 발산시킨다.


몇 달 전부터 곰곰이 생각을 해본다.

“사랑과 좋아함의 정도에 대하여.”


나를 찾아가는 시간, 좋아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의 경계를 명확히 해야겠다고 결정했다.

사랑이란 것에 대한 정의를 내려보고, 좋아하는 것들에 사랑이란 말이 어울리는지 확인하는 작업이었다.


사랑을 하는 행위에는 부드럽고 유연한 긍정의 에너지가 느껴진다.

반면 호기심을 통해 발현된 좋아함의 행위에는 활기찬 즐거움이 느껴진다.


사랑은 소중히 여겨지는 마음이라, 존중과 배려가 큰 노력 없이 가능할 것이고, 정신과 마음이 이미 일치하기 때문에

자신을 가득 채운 사랑을 소유한 사람은 자연스럽고 거짓이 없는 모습일 것이다.


그러한 사랑의 소유자도 놓친 부분은 있었다. 바로 가득 찬 사랑의 바구니 속 작은 사랑들을

의미 없는 텅 빈 바구니마다 쏟아버리는 경솔함으로 자신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진정한 사랑을 모르는 사람에게 충만한 사랑의 바구니는 그저 호기심의 대상이며, 아무리 채워도 채워지지 않은 자신을 만족시킬

도구에 불과할 뿐이다. 순수함을 지닌 사랑꾼은 자신의 바구니에 담긴 모든 사랑들을 하나씩 텅 빈 바구니로 옮겨주곤 이내 깨닫게 된다.

영원한 샘에서 솟는 물줄기와 같은 충만한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구나, 그는 그제야 자신의 빈 바구니를 바라보며, 한탄한다.


사랑꾼은 빈 바구니에 슬퍼지지만, 순수한 영혼의 목적대로 다시금 자신에게로 향하는 길을 묵묵히 걷게 된다.

충만한 사랑이란 스스로 채워낼 수 있다는 믿음을 깨달은 것이다.


스스로 자신의 바구니를 채워나간 사람들은 다른 곳에서 그 충만함을 쫒지 않는다.


스스로 채워본 적이 없는 사람들의 바구니는 커다란 구멍이 나있기 때문에 겉으로 보았을 때는 온전해 보이지만,

바구니의 뒷모습은 그렇지 못하다. 이러한 구멍이 뚫린 바구니에 타인의 사랑을 끊임없이 쏟아 넣어 보아도

결국 채워지는 바구니는 존재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산 소녀가 들려주는 사슴이야기-


한때는 충만한 사랑이 영원할 줄 알았던 순수한 사슴이 있었다. 추위에 떨어도 채찍질에 쓰러져도

그 아픔으로부터 오는 온전한 고통을 받아들이며, 스스로를 치유하는 방법을 터득해 나갔던 작은 사슴.


작은 사슴은 끊임없이 채워지는 사랑이 자신에게로부터 오는 것임을

모르고 있을 만큼, 순수한 마음으로 썩어가는 생명들에게 자신의 살점을 떼어주기를 반복했다.


그러던 어느 날,

숲 속에 한 사냥꾼이 나타났고, 두 눈에 맺힌 슬픔을 본 그는 차마 활을 쏘지 못하고,

다가가 물었다. “흠… 차라리 도망을 쳐!! 왜 저 자들의 농락을 감당하고 있는 거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슴의 몸통을 훑으며 사냥꾼은 다시 한번 큰 소리로 말했다.

“넌 목줄도 없고, 어디에 갇혀있지도 않잖아? 왜 그 모진 일들을 감당하기를 자처하지?”


사슴은 말한다.

“그게 뭐죠? 난 그저 그들을 사랑하고 있을 뿐이에요.”


사냥꾼은 다시 한번 진중한 목소리로

“사랑? 그들이 소중하다고? 너에게 채찍질을 하고 고통을 주는 그들이? 나참, 살다 살다 이렇게

어리석은 경우는 또 처음이네, 넌 사랑이 뭔 줄이나 아니? “


사슴은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사슴이야기 끝-


사랑꾼과 순수하기만 한 아기 사슴은 모른다. 소중한 관계를 지키는 것들 중 자신이 빠져있다는 것, 진정으로 소중하다면,

상대의 선을 지켜주는 것만큼 자신의 선을 지켜주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텅 빈 바구니에 억울함과 슬픔, 고통을 담기 시작하면 그 바구니는 이내 구멍이 뚫리게 된다.

그러한 감정들은 날카로운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 지닐수록 아프고 어디에든 상처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충만한 사랑꾼이었던 한 사람이 빈바구니들과 똑같은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사랑꾼은 어느 날 자신의 바구니부터 수선해야 함을 깨닫는다. 그 길이 많은 경험과

고통을 수반할지라도 반드시 도달할 수 있는 자신에게로 향하는 길임에는 틀림없다는 믿음으로 말이다.


그의 수선된 바구니는 더 이상 같은 바구니가 아니다.

어딘가 더 심오하고 아름답게 장식된 그만의 특별한 바구니가 된다.

상처 난 구멍은 아름다운 꽃 자수로 탄탄하게 메꾸어질 것이며,

그 바구니는 전과 다른 방식의 새로움으로 채워질 것이다.


-뒷 이야기-

“그것이 자신을 사랑하는 진정한 마음의 바구니라는 것을 충만한 사랑꾼은 드디어 알게 되었다.

넘쳐흐르는 사랑에 대한 진정성과 고통들로부터 깨닫게 된 그 진리를 충만한 사랑꾼은 엄마의 미소로 바라보고 있다.

사슴 역시 여전히 순수했지만, 더 이상 작은 사슴이 아니었으며, 커다랗고 아름다운 뿔을 가진 강인한 사슴으로 성장하였다. “


이로써 미움이 자리하던 곳에 자기 이해가, 수많던 고통의 자리에는 감정수용과 긍정의 마인드가

대신하게 되고 그렇게 변화되고 승화된 에너지들은 그 어떤 사랑들 보다도 견고히 자리하게 된다.


나에게로 가는 길

-우산을 쓴 소녀-


있잖아. 살다 보니, 목구멍에 누가 길막하는 것처럼 느껴지고

가슴에 누가 돌 얹어 놓은 것처럼 답.. 답.. 할 때가 있잖아?


물어본 적 있어?

왜 그러냐고, 괜찮냐고.

이상하잖아?

디폴트 값이 아니니까.


그래, 그런 것 같아.

너도 나도 자신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던 건 아닌지 말이야…


아! 이제는 알게 되었어? 그럼 너에게로 가봐!

나도 나에게로 가고 있거든.


그 길이 뭐 아름다운 꽃 길 뿐이다~

막 누군가 손뼉 치고 환호해 준다~

이런 말은 솔직히 못 하겠는데…

한 가지 확실한 건 고통이 와도 나에게로 가는 길

위에서는 그 또한 아름다운 흔적이 되더라.


애정이 가득 담긴 눈으로 바라보니 말이야,

고통의 순간에도 스스로를 위해

무던히 애쓰고 있었더라고…


너는 너답게 찾아가 봐.

생각보다 수많은 지혜의 길을 지나온

너 자신과 만나게 될 날이 올 테니까.


아무리 찾아도 다른 곳에 답이 없었어.

찾을 수도 탓할 수도 없는 텅 빈 그곳.

무가치함들 속에 널 혼자 두지 마.


혼자 걸어야 하는 길이기는 하지만,

외롭고 아픈 날도 찾아오겠지만,

그러한 너 자신을 이해하고 바라보고

끊임없이 다독이며 응원해 주는 것들 말이야.

꼭 너의 편이 되어줘.


그렇게 다시 한번 가보는 거야.

진짜 나 자신이 되는 길로 말이야.


빛의 문이 열릴 그날, 모두가 손을 잡고

그간의 여정을 이야기하며

기뻐 웃을 수 있도록.











































keyword
작가의 이전글따뜻한 로봇의 위로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