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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닥불

우산을 쓴 소녀 HM

by 우산을 쓴 소녀

장작 더미, 성급이 치솟는 불꽃들은

마음이 급해 보인다.


장작과 함께 은은히 스미는 불꽃들도

성급하게 모든 힘들 쥐어짜는

커다란 불씨들도 어느 날엔

한숨 한 번의 재가 되겠지.


빨갛고 노랗고 주황빛의 강렬한

에너지들이 이리저리 움직이고

중력을 이겨내려는 시도들이

닿을 수 없는 허공에

메아리처럼 와닿는다.


묵묵했던 나무도 재가 되어

흩날리는데 그 앞에 무엇이라고

영원할 줄 알았는가.


떠다니는 생명의 연기가

답답하게 차오른 밤에

눈에 띄던 모닥불의 화려함.


재만 남은 아침엔

한숨과 함께 쓸려 사라졌다.


[2025년 1월 30일 눈물이 차오른 밤에, 모닥불과 함께.+H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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