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한 봄이야 따뜻하게 입고 나가
며칠 전까지만 해도 쌀쌀한 가을 같더니, 이제는 촘촘한 바람 불면서
차가운 바람 타고 봄이 따라온 거야!
어찌나 기쁘던지, 손에 고이 담긴 봇짐을 바라보면 빙그레 웃는 사람들도
보이고, 예쁜 꽃 찍으려고 옹기종기 모여 담소하는 소녀 같은 어른들도 보여.
누군가의 웃음은 덩달아 웃음 짓게 하지.
너의 웃음도 그렇겠지?
궁금하고, 사랑스럽고 보듬고 싶고, 포근한 햇살 같아.
산책 길을 나서면서 무겁고 어두운 동굴을 나서는 듯한 기분이라
긴가민가 하면서 세상을 올려다봤어.
때 마침,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들이 날아오르고,
소중히 꼼꼼히 챙기는 오리들의 새 단장 모습도 보여.
새들도 자기들만의 방식이 있어, 끝남과 이별을 추모하는 시간을 갖더라고,
그리고 시간이 되면, 추억과 사랑들을 담아 함께 강가에 흘려보내주며, 순환을 받아들이는 것 같아.
멋지지 않아?
호기심에 관찰을 하다 보면,
보이지 않던 사랑들이 보이고, 애도와 슬픔, 이후의 아름다운 이별의 시간까지,
그 모든 게 하나였나 봐.
동경하던 무언가에서 시선을 돌려,
바라보는 거야.
그러면, 동경의 마음이 어느덧 사랑으로 변해가고, 소유하고 싶던 욕망도
흘러감에 비례해 이해하게 되는 과정인가 봐.
많은 것들을 배워, 산책 시간은 나에게 어른 같은 시간이야.
아직도 많이 배우고 싶고, 떨쳐내고 싶고, 소유하고 싶지만,
조금만 더 흘려보내고, 비워내고, 그렇게 해보고 있어.
아직은 훨훨~
가볍지는 않아.
터져 나올듯한 괴성으로 미성숙한 자아를 마주하는 게 어려워 괜히 무생물에 분풀이하고,
서툴고 어지럽고 혼란해지기도 해.
그래서
산책하면서 배워. 많이 배워.
우리 안에도 자연과 같은 마음이 있어, 서로를 바라고 바라만 봐도 좋은가 봐.
시간이 지나면, 하나가 되고, 잠시 멀리 떨어져 바라볼 시간을 주는 것 같아.
그렇게 알아가라고.
따뜻한 봄이 오긴 전까지 따뜻하게 입고 다니자!!
따뜻한 겨울이었기를 바라며…
-우산을 쓴 소녀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