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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ramram Feb 25. 2022

내가 왜 결혼하려고 했더라?

결혼이라는 행선지를 향하는 그간의 과정들이 철저한 내 계획들로만 이뤄진 게 아니지만, 이쯤에서는 나도 나 자신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만 했다.

 ‘내가 왜 결혼하려고 하는 거지?’

주위 사람들 10명 중 7명은 만류하는 이 ‘결혼’이라는 것은 사실 아무런 생각 없이 다가가기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에 속하는 부분이기에 빈틈없이 냉정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선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하는데, 아직까지는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내 곁에 그리 현명한 사람이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결혼생활에 대해 좋은 말이나 훈훈한 조언을 하면 중앙정보부에 끌려가기라도 하듯 결혼 생활을 안 좋게 표현하는 경향이 있다. 참 이상한 문화라고 생각했는데, 직접 겪어보니 더 이상한 문화라고 느껴졌다. 특히 기혼 남성들에게 곧 결혼할 것 같다는 소식을 전하면 “지옥길이 열리겠네”, “젊은 나이에 안 됐네”, “우리 지역에 노예 한 명이 또 생기겠구먼” 등의 위로와 절망이 섞인 말들을 농담식으로 내게 전했지만, 아저씨들의 농담 방식인지는 몰라도 매번 그랬듯이 전혀 웃기지 않았다.

 이런 말들을 한 두 번 들었다면 교양 없는 아저씨들과 의미 없는 대화들만 나눴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들마다 ‘결혼은 남자의 인생 망치는 길’이라는 말을 공식처럼 되새기니 항상 남들과 다르다는 터무니없는 허세만 가득 찬 나조차도 ‘나... 결혼해도 될까?’라는 걱정에 휘말리기도 했다.

 내가 결혼하기 위함의 가장 근본적인 이유에 있어서는 바로 행복에 대한 간절한 바람으로 시작됐다. 결혼을 준비하는 시작과 그동안의 절차를 보면 우발적인 결정이 일부 포함돼있기도 하지만, 내 안에는 남은 인생 지금보다 더 행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지금보다 더 행복하고 싶다는 뿌리 깊은 소망이 담겨 있다. 

 어쩌면 남들보다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다. 나뭇가지를 뻗치듯 ‘같이 살 부대끼면 불편해’, ‘사는데 제약이 얼마나 생기는 줄 알아?’, ‘집안끼리 챙겨야 하는 귀찮음은 어떻고’, ‘돈 없으면 결혼생활은 불행할 수밖에 없어’ 등의 현실적이고 광범위한 생각보다는 ‘사랑하는 사람과 평생 같이 지내는 거니까 행복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라는 1차원적인 접근으로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생각에 대한 믿음은 여전히 확고하다. 

 최근에는 사람들과 결혼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다 보니 새롭게 깨달은 점도 있는데, 온전히 사랑만으로 결혼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기성세대에게 결혼이라는 인식에 관해서 ‘때가 되면 그냥 하는 것’이라는 나보다 더 단순한 생각들로 하는 게 결혼이었다. 개인적인 편견이겠지만. 하지만, 그 세대를 물려받은 우리 세대조차도 결혼에 대한 이유를 물어보면 ‘아버지가 현직에 있을 때 해야지’, ‘얼른 엄마한테 손주 안겨드려야지’, ‘장남이니까 빨리 장가가서 효도해야지’, ‘여자 쪽 집안이 괜찮아’, ‘서른 중반 되면 눈이 더 높아져’ 등 지금 세대의 결혼 이유들도 내가 보기엔 하찮은 이유들로만 가득했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결혼의 가치관에 대해서 ‘결혼은 특정 한 사람을 좋아하는 애정 하나만으로 하는 것’이라는 아주 특별한 생각을 가지고 내가 결혼할 자격에 대해 혼자 의사봉을 두드렸다. 시간이 흐를수록 현실적인 생각들을 보지 않고 살아가는 삶에 대해 후회하는 날도 많아지지만, 그래도 이상적인 생각들에 대한 환상을 믿고 살아갈 때 나는 더 밝은 행복들이 일상을 비추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오다 보니 이미 익숙해져버리기도 했다. 아니면 그냥 놓아버리는 삶을 살아가는 것일 수도. 삶에서 발생하는 후회도 결국 추억과 경험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이렇게 나는 결혼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들을 가지고 있으니 결혼해도 상상 이상으로 행복할 것이라는 남들과는 다를 것이라는 예감을 가지고 있다. 너무 뜬구름 잡는 소망일까?

  한 번은 동기들과 술자리에서 결혼에 대한 느낌들을 안주 삼은 적이 있었다.

  “와... 난 연애도 헷갈리는데, 결혼은 ‘딱 이 사람이다’라는 직감이 와요?” 20대 중반의 여자 동기에게는 결혼이 여전히 딴 나라 세상 얘기 같다고 했다. 

 “첫눈에 ‘와. 난 이 여자랑 결혼할 것 같다’, ‘결혼해야겠다’ 같은 건 아니고.” 내가 이상적인 상황을 좋아하지만, 이 말은 나도 믿지 않는다. 

 “그러면? 사귀다 보면 ‘이 사람이랑 결혼해도 괜찮겠는데?’ 뭐 그런 거?” 

 “글쎄. 난 연애 6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와 나이가 같은 남자 동기는 이미 결혼 선배이기도 했다. 

 “생각해보니 그런 건 있는 것 같다. ‘내가 이 사람을 놓치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 ‘이 사람이랑 있으면 시간이 지나도 행복할 것 같다’ 이 두 가지의 확신?”

 “아 그래요? 그러면 결혼할 만하네. 그럼 걱정되는 건 없어요?” 

 “에이. 걱정도 당연히 있지. 그중에서 가장 큰 걱정은 남들과 똑같은 결혼생활이 될지도 모른다는 부분이고”

 술의 문제점은 생각이 많아지게 한다는 것이다. 이 날도 집에 혼자 돌아오는 길에 내 좌뇌, 우뇌가 결혼에 대한 생각들로 쉬지 않고 열일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그냥 혼자 살아’, ‘네가 남들과는 다르다고 하면서 그동안 크게 달랐던 적 있어?’, ‘남들이 말하는 것처럼 너도 족쇄가 채워진 삶을 살게 될 거야’ 막말들을 내게 퍼부었지만, 그래도 마지막까지 중심을 잃지 않았다.  

 ‘그래도 사랑이 주는 힘을 믿어야지.’ 


이미지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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