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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전된 배터리를 충전하듯 꿈을 꾸는 -로봇 요리사 K

by 김승하
네이버 이미지 :로봇 요리사

k는 로봇들과 함께 일합니다.

규격화된 최상의 식재료와 레시피에 따라

k의 미각은 한 치의 오차도 없습니다.

그의 손놀림은 예리한 칼날처럼 정확하지만

요즘 자신의 손과 혀가 금속처럼 굳어지는 것을 느낍니다.

로봇요리사들은 모든 감각을 고객에게 집중하고

긴장한 안테나로 걸러낸 사람들의 메시지를 읽어내지만

아직 속마음을 스캔하진 못합니다.

실시간으로 고객의 표정을 읽고

즐겨먹는 메뉴의 기호와 식성을 기억하고

미세한 눈동자의 떨림이나 표정까지 읽어내지만

고객이 화를 낼 때도 항상 웃어야 합니다.

로봇요리사들은 설거지 뿐 아니라 외국어도 유창하게 할 줄 알고

동전하나까지 정확하게 재빨리 마감 업무를 처리합니다.

아무리 일을 많이 시켜도 실수를 하지 않고

지치지 않으며, 휴가도 필요 없습니다.

메모리에 입력된 레시피에 따라 라볶이 2분 30초,

라면 3분 40초, 김밥 2분, 제육 덮밥 3분,

언제나 고객에게 정확한 식사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k는 어쩌다 실수를 하게 되면

고집 센 로봇처럼 굳어가는 자신의 손을 보며 중얼거립니다.

언제부터 사람들은 서로의 가슴에 의심을 키워가면서

인간보다 로봇의 말을 더 신뢰하게 된 것일까

그는 귀가 후 방전된 배터리를 충전하듯 꿈을 꿉니다.

따듯한 가슴을 지닌 사람을 그리워하며

조금씩 로봇이 되어가고 있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시:로봇 요리사 k/저문 바다에 길을 물어/김승하시인



시작노트:

오래전에 처음 요리를 배우고 로봇 김밥이라는 분식점에서 요리사 겸 매니저로 일하다 그만둔 경험이 있습니다. 그 분식점은 백화점 푸드코트와 같은 형태의 카페테리아형 식당 한 코너에 자리한 분식점이다. 로봇의 컨셉을 이용한 음식점으로 요즘 젊은이들 뿐 아니라 나이 든 분들에게도 꽤 인기 있는 분식점이다. 가격은 조금 비싸지만 신선한 고급 재료와 규격화된 레시피로 로봇처럼 힘이 세고 건강한 먹을거리를 고객에게 제공한다는 이념으로 창업된 체인점이었다.


그 분식점이 로봇을 컨셉으로해서 인간적인 면 보다 효율성만을 따져서 그런 걸까? 나의 잠재적인 능력을 발휘할 수 없어 아쉬웠긴 하지만 ... 3개월 정도 근무하고 그만둔 적이 있습니다. 연말의 성수기와 하절기의 비수기가 뚜렷한 조리업계에선 어쩌면 빈번하게 일어나는 이직의 문제를 처음 느꼈습니다. 일부 식당들의 주방장들은 오너가 주방에 관여하지 못하게 하고 엄격한 도제 형태로 주방을 운영하는 이유를 알 것도 같았습니다. 식음료 업계에 처음 요리사로 진출한 나로서는 좋은 경험을 하게 된 것 같다.

이재모 피자 서빙로봇

내가 몸담았던 그 분식점의 오너는 방전된 배터리를 갈아 끼우듯 나를 쉽게 버렸습니다. 나 또한 어쩌면 정해진 레시피에 따라 하는 기계적인 요리가 실어 나의 거취 문제를 꺼냈을 때 미련 없이 그만두게 되었지만, 사람들은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불신을 가슴에 지니면서 로봇을 신뢰하게 되는 사회가 되었는지 모릅니다. 최근에 로봇이 개발되면서 분식점과 같은 정형화된 음식에 국한된 로봇 요리사가 개발되고 있지만, 멋지게 음식을 요리하는 로봇을 상상해 보세요. 라볶이 2분 30초, 라면 3분 40초, 김밥 2분, 제육 덮밥 3분,.... 메뉴판의 음식은 정확한 레시피와 엄격한 품질관리로 고객에게 제공됩니다. 정확한 레시피와 규격화된 최상의 식재료를 이용하여 입력시킨 정보에 따라 정확한 시간 내에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안테나와 카메라 렌즈를 장착한 로봇은 실시간으로 고객의 표정과 감정까지 수신하여 반영하는 고객 대응, 그뿐만 아니라 외국어도 유창하게 할 줄 알고, 설거지뿐 아니라 컴퓨터를 이용해 동전 하나까지 정확하게 계산하는 로봇은 비록 기계적이긴 하지만 인간 보다 다양한 능력을 지녔으니 로봇이 인간 보다 효율 면에서는 훨씬 뛰어날지 모릅니다. 그러나 로봇에게는 따뜻한 가슴이 없는 것이 단점입니다. 미소 띤 로봇은 항상 고객이 화를 낼 때도 웃어야 하고 “고객은 왕“이라는 입력된 메뉴대로 똑같은 말을 반복할 뿐입니다. 먼 미래에는 진화 한 로봇이 사람들과 동등한 대우를 요구할지도 ..... 인간 또한 오래전부터 진화해오면서 로봇 같은 과정을 지나왔을지도 모르겠지만......


리처드 도킨스가 <이기적 유전자>에서 “우리는 유전자로 알려진 이기적인 분자들을 보존하기 위해 맹목적으로 프로그램 된 로봇 운반자들이다”라고 말한 것처럼 인간이 이기적인 유전자의 생존 기계에 불과하듯 인간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또 다른 인간을 자기 복제하듯 로봇처럼 다루고 싶은 것인지 모른다. 인간의 이타적인 행동도 자신의 우수한 유전자를 남기려는 목적을 숨긴 채..... 이 시대의 로봇이 로봇을 소유한 인간의 생존 기계이듯.... 그러나 인간이 기계와 다른 점은 따뜻한 가슴을 가졌다는 사실이다. 먼 미래에는 로봇 또한 로봇의 권리를 주장할지 모르지만 같은 인간이 인간의 따듯한 가슴을 믿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과 함께 도킨스의 말은 떠올려 본다.


“우리가 비록 어두운 쪽 만을 보고 인간이 이기적인 존재라고 가정해도, 우리의 의식적인 선견지명, 즉 상상력을 통해 장래의 일을 모의실험하는 능력이 맹목적인 자기 복제자들의 이기성으로 인한 최악의 상황에서 우리를 구해줄 것이다. 적어도 우리에겐 당장 눈앞의 이기적 이익 보다 장기적인 이기적 이익을 따질 정도의 지적인 능력이 있다.... 중략... 순수하고 사욕이 없는 이타 주의라는 것은 자연계에는 안주할 여지도 없고 전 세계의 역사를 통틀어 존재한 예도 없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의식적으로 육성하고 가르칠 방법도 논할 수 있다. 우리는 유전자의 기계로 만들어졌고 *밈(meme)의 기계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우리의 창조자에게 대항할 힘이 있다. 이 지구에서는 우리 인간만이 유일하게 이기적인 자기 복제자의 폭정에 반역할 수 있다”/2024.02.12김승하 시인/kimseonbi

*밈(meme):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에 등장하는 용어로서 유전자인 DNA와는 다른 종류의 자기 복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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