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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슬픈 기억 한 줄쯤 말아두고 살지
마음이 울적한 날은
어두운 내 삶의 배경을 닮은 검은 김을 놓고
따뜻한 밥을 펼쳐 김밥을 싸 먹는다
인생은 쓰고 질긴 맛을 지니고 있다는 듯
씹을수록 햇살과 흙 내음이 배어 있는
초록 맛을 지닌 시금치,
주인공도 유쾌한 삶도 아니지만
빠지면 김밥의 참맛을 잃는
새콤달콤한 맛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단무지,
살다 보면 꼭 필요한 사람이 있지
부드럽거나 편하지 않지만
누군가에겐 꼭 필요한 그런 삶들이 있지
쇠고기볶음, 참치, 게맛살, 계란지단
저마다 저 잘났다는 주연들
고소하고 짭조름한, 눈물 한 방울 담긴 맛
깨소금을 넣지 않으면 김밥은 맛이 없지
혼자 밤늦도록 야근할 때나,
초등학교 시절 소풍 가서 먹던 김밥들
엄마의 손맛이 그리운 아침
익숙한 어둠의 배경, 검은 김 위에
따뜻한 밥을 펼치고
저마다 다른 삶의 맛을 감싸 김밥을 먹는다
인생은 편한 삶만 있는 게 아니라는 듯
새콤하거나 쓴맛도, 질긴 맛도 꼭 필요하다는 듯,
참기름 바르고 꼭꼭 누르며 말아야
저마다 아픈 삶 단단하게 감싸 안는 법이지
2025.05.02/김승하/kimseonb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