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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요리사 K

오늘의 시낭송

by 김승하


https://youtube.com/shorts/cOHRaNot0LA?si=f2BXbyWDP1zCdnAV

로봇요리사K2.png

k는 로봇들과 함께 일합니다.

규격화된 최상의 식재료와 레시피에 따라

k의 미각은 한 치의 오차도 없습니다.


그의 손놀림은 예리한 칼날처럼 정확하지만

요즘 자신의 손과 혀가 금속처럼 굳어지는 것을 느낍니다.


로봇 요리사들은 모든 감각을 고객에게 집중하고

긴장한 안테나로 걸러낸 사람들의 메시지를 읽어내지만

아직 속마음을 스캔하진 못합니다.


실시간으로 고객의 표정을 읽고

즐겨 먹는 메뉴의 기호와 식성을 기억하고

미세한 눈동자의 떨림이나 표정까지 읽어내지만

고객이 화를 낼 때도 항상 웃어야 합니다.


로봇 요리사들은 설거지뿐 아니라 외국어도 유창하게 할 줄 알고

동전 하나까지 정확하게 재빨리 마감 업무를 처리합니다.

아무리 일을 많이 시켜도 실수를 하지 않고

지치지 않으며, 휴가도 필요 없습니다.


메모리에 입력된 레시피에 따라 라볶이 2분 30초,

라면 3분 40초, 김밥 2분, 제육 덮밥 3분,

언제나 고객에게 정확한 식사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k는 어쩌다 실수를 하게 되면

고집 센 로봇처럼 굳어가는 자신의 손을 보며 중얼거립니다.

언제부터 사람들은 서로의 가슴에 의심을 키워가면서

인간보다 로봇의 말을 더 신뢰하게 된 것일까


그는 귀가 후 방전된 배터리를 충전하듯 꿈을 꿉니다.

따듯한 가슴을 지닌 사람을 그리워하며

조금씩 로봇이 되어가고 있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시:달아실시선09,김승하,[저문 바다에 길을 물어]


시작 노트:


이 시는 제가 한 분식점에서 요리사 겸 매니저로 일했던 경험에서 출발했습니다.


그 식당은 ‘로봇’을 콘셉트로 한 체인 분식점이었죠. 정해진 레시피와 규격화된 재료, 기계처럼 정확하고 빠른 서비스가 강점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제 손끝과 감각이 점점 굳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음식을 만든다는 것이 단지 정확성과 효율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일이라는 걸 그때 느꼈습니다. 이 시는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기계적인 시스템 속에서 점점 ‘로봇’이 되어가는 한 요리사의 이야기이자,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질문이기도 합니다.김승하/kimseon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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